[더벨]DGB금융 회추위의 '약점'

더벨 윤동희 기자 | 2013.05.07 11:08

[지배구조 분석]⑨회추위에 '외부전문가' 선임…회장 연임에 유리하게 악용 가능

더벨|이 기사는 05월02일(08:00)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DGB금융지주는 회장 선출작업과 관련한 승계 프로그램이나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 규약을 완벽하게 마련해두지 못했다. 설립 초기다 보니 최고경영자(CEO) 승계계획도 없다. 지주사와 은행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지주사 설립 초기 단계인 탓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회추위 체제를 그대로 두면 현직 회장의 연임 도구로 이용될 소지도 있어 신속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은행 관계자는 "지점장, 부장, 본부장을 거쳐 부행장, 그룹장, 행장 순으로 이어지는 승진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각 직급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이 있지만 시중은행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CEO를 대상으로 하는 승계 계획 마련에 대한 니즈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부행장이 7명이고 부행장들을 통합하는 두명의 그룹장이 있다. 타 은행의 수석부행장과 같은 역할이다. 통상 그룹장 중에서 행장이 결정되는데, 최근에 지주사가 설립됐기 때문에 행장이 회장직도 겸직하게 됐다. 지주 규모나 시기 상으로 따져봤을 때 승계 프로그램보다는 자연스러운 승진 시스템에 기대는 게 효율적이라는 게 은행측 설명이다.

하지만 내년에 돌아오는 회장 선출작업에 대한 절차를 다잡을 필요는 있다. 현재 회장 추천 시스템이 애매하게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DGB금융지주에는 자회사CEO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가 있는데 회장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위원회에서는 원칙적으로 은행장도 뽑을 수 있지만, 현재 회장이 은행장을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자회사 CEO 인사에만 관장한다. 추후에도 은행장과 행장이 분리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자추위보다는 회추위에서 회장을 결정하고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는 순으로 가게 된다.



회추위는 사외이사 전원과 주주대표가 추천하는 1인, 필요 시 이사회 결의로 외부 전문가 2명을 추가해 최대 8명으로 구성한다. 주주대표는 의결권 보유 비율이 높은 순으로 이사회 의장이 정한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9.09%를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안 모네터리 에이전시(SAUDI ARABIAN MONETARY AGENCY)다. 그 다음으로는 에버딘 글로벌(ABERDEEN GLOBAL)이 7.53%, 삼성생명보험이 7.25% 순으로 지분율이 높다. 이사회 의장이 사우디아라비안 모네터리에 인사를 추천하기를 권하고, 만약 이 주주가 추천권을 포기하면 다음 주주로 넘어가는 식이다.

주주대표가 회추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 자체는 회장을 주주가 직접 감시한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아직 회추위가 열린 적이 없고, 외국인 주주가 실제로 후보를 추천할지, 이 주주가 DGB금융지주와 국내 금융산업에 얼마나 식견을 갖고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지분을 투자한 외국인 주주 특성상 DGB금융지주에 큰 관심이 없을 시 현직 회장에 우호적인 인물을 의심없이 추천할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외부 인사를 회추위에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 DGB금융지주 회추위의 한계로 지적된다. 주주대표가 재임기간 중 회장의 실적이나 전략 방향에 불만족스러웠을 경우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는데, 이에 대비해 회장은 자신에게 유리한 전문가를 외부에서 섭외해 올 수 있는 방안이 남아 있다.

특히 외부전문가는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추진할 수 있는 사항이라, 이 부분이 회추위의 '구멍'으로 지적될 수 있다. 외부인사를 섭외하고 사외이사 2~3명만 포섭하면 간접적으로 자신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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