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大 다니던 동사무소 직원, 1500억 CEO된 사연

머니투데이 부산=송지유 기자 | 2013.05.06 08:09

[머투초대석]권동칠 트렉스타 대표는…독창성 중시하는 '도전형 CEO'

부산=뉴스1 전혜원 기자
권동칠 트렉스타 대표이사(58·사진)가 신발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우연이었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야간과정을 어렵게 마친 늦깎이 대학생이 부산 지역 신문에 난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보고 아무 생각없이 지원서를 낸 것이 '30년 신발 인생'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경북 예천 출신인 권 대표의 집안 형편은 매우 어려웠다. 대학 진학은 꿈도 못 꿀 정도였다. 8남매 중 맏이인 권 대표는 부산의 한 동사무소 공무원으로 일하며 동생들 학비를 챙겼다. 학업에 대한 의지가 강해 뒤늦게 야간대학에 진학해 열심히 공부했다.

권 대표가 이력서를 낸 곳은 '아식스' 운동화를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생산하던 세원. 무역회사인 줄 알고 응시했다가 신발회사라는 사실을 알고 입사 여부를 고민했다고. 하지만 우연히 첫 단추를 꿴 신발회사는 그에게 필연이 됐다. 남들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 해외 바이어가 주문한 제품 외에 또 다른 디자인을 적용한 샘플까지 만들었다. 회사로 나이키, 아디다스 등 세계 굴지 브랜드의 주문이 쏟아졌고 권 대표는 2년 6개월만에 공장 책임자가 됐다.

입사 6년만인 1987년 창업 기회가 찾아왔다. 한국에서 1년에 3만 켤레 정도 만들어줄 신발업체를 찾던 외국계 제조사인 하이텍이 권 대표에게 30만달러를 건네며 사업을 권유한 것. 이 때 만든 동호실업이 트렉스타의 전신이다.

권 대표는 남들과 다른 것을 할 때 희열을 느끼는 '도전형 CEO'다. 국내에서 최초로 소프트 부츠가 장착된 스노보드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탔다. 스노보드의 경우 스키장에서 리프트 탑승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보더 수가 적을 때였지만, 슬로프 정상까지 걸어 올라가서 타고 내려와야 직성이 풀렸다. 트렉스타에 '최초', '처음' 등 수식어가 붙은 제품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직원들에게 매달 책 1권을 추천해 읽게 하는 것도 독창적인 사고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중시하는 그의 경영철학에서 나온 것이다. 똑같은 내용이라도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것을 꼼꼼히 스크랩한다.

자녀는 1녀 1남을 뒀다. 딸은 미국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올초 트렉스타 디자인팀에 합류했다. 대학생인 아들이 졸업하면 일반 회사에서 사회 경험을 쌓은 뒤 경영 수업을 할 계획이다. 소주 2병은 거뜬히 마시는 주당으로 직원들과 매달 최소 한 번은 소박한 회식을 즐긴다.

◇약력
△1955년 경북 예천 출생 △동아대 경제학과 졸업 △1982년 세원 무역부 입사 △1988년 동호실업(트렉스타 전신) 설립 △1997년 트렉스타 설립 △2009년 부산 상공회의소 제20대 상공의원 △2012년 한국신발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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