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4월과 5월, 어느 게 진짜?

머니투데이 홍찬선 부국장겸 산업1부장 | 2013.05.05 05:35

[홍찬선의 네글세상;사자성어로 본 한국]<2>줄탁동시(줄啄同時)와 남원북철(南轅北轍)

편집자주 | 고진감래(苦盡甘來) 새옹지마(塞翁之馬) 지지불태(知止不殆)... 네글자로 만들어진 사자성어는 우리 조상들의 오랜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생활의 지혜이자 인생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처럼 선조의 지혜는 현재와 미래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지표가 된다. 사자성어를 통한 '네글세상'을 통해 독자 여러분과 함께 한국 경제와 사회 문화 등을 생각해본다.

일러스트=김현정
“기업정책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진짜 얼굴이 궁금합니다…”

요즘 만나는 기업인들에게 흔히 듣는 말이다. 언론에 보도되는 ‘정책’이 너무 엇갈리고 있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고민된다는 하소연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열린 투자무역진흥위원회를 주재하고 12조원에 이르는 ‘발 묶인 투자’를 풀었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34년만에 열린 회의에서 110분 동안 100건의 ‘손톱 밑’ 가시를 뽑았다. 투자와 무역을 진흥시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박 대통령의 ‘통 큰 규제 완화’에 기업들도 적극 화답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1조1200억원을 투자해 일자리를 2만2000개 만들겠다고 밝혔고, SK그룹은 비정규직 5800명을 정규직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S-Oil과 GS칼텍스 등 석유화학업체들도 투자를 늘리겠다는 뜻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건희 정몽구 구본무 회장 등 주요그룹 회장 17명이 박 대통령 방미를 수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절이자 5월의 첫날에 열린 투자무역진흥위원회만 놓고 보면 줄탁동시(口+卒啄同時)라는 말을 떠올릴 만하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날 때 새끼가 알 안에서 껍질을 쪼아대는 것을 줄(口 +卒)이라고 하고, 암탉이 바깥에서 쿡쿡 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한다. 줄과 탁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껍질이 깨지고 병아리가 태어나는 것처럼, 박 대통령의 손톱 밑 가시 뽑기와 기업들의 투자 늘리기가 동시에 이뤄져 일자리 창출과 성장률 제고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시계바늘을 하루 전으로 돌리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국회는 지난 4월30일, 기업에 부담이 될 법안들을 무더기로 통과시켰다. 정년 60세 의무화, 연봉이 5억원 이상인 상장사 임원의 연봉공개, 하청업체가 입은 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의무 등이 그것.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일감 몰아주기와 가맹점을 제한하는 법안도 해당 상임위를 통과했다.


‘경제민주화’를 위한다는 이들 법안은 박 대통령이 1일 강조한 투자무역진흥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가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을 지나치게 옥죄어서는 안된다”고 밝혔지만, 박 대통령이 당원으로 있는 새누리당(여당) 소속 국회의원들마저 귀담아 듣지 않고 있는 양상이다.

“임금피크제 등 보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정년을 연장하면 중장년 근로자의 조기퇴직을 초래할 것”(대한상의), “임원 연봉 공개는 기업의 중요한 경영 노하우를 노출시켜 인재확보를 어렵게 하는 것”(한 기업 사장)이라는 지적은 ‘소 귀에 경 읽기(牛耳讀經)’일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좌회전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말이 유행했다. 소득분배 개선이나 저소득층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시행된 정책은 중산층을 파괴시키고 저소득층을 더 어렵게 했다는 비판이었다. 요즘은 반대다. ‘우회전 깜박이를 켜고 좌회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唐)나라 시인 바이쥐이(白居易)의 ‘신악부(新樂府)’에는 남원북철(南轅北轍)이라는 말이 나온다. 남쪽으로 간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수레를 북쪽으로 몬다는 것으로 마음과 행위가 모순되는 것을 가리킨다. 박 대통령은 투자가 늘어나도록 손톱 밑 가시를 뽑지만, 국회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을 만들어 내는 것과 비슷하다.

공자는 정치의 근본은 신뢰이며 백성이 믿지 않으면 일이 이뤄지지 못한다(民無信不立)이라고 했다. 기업이 정부 정책을 확신하지 못하면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 남원북철의 모순이 해결돼야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위한 줄탁동시가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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