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알콜 맥주의 등장으로 본 맥주 시장의 변화

오세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 회장) | 2013.05.03 09:03
최근 수입 맥주 판매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는 전년대비 수입 맥주 판매량이 1월에 24.5%, 2월에 11.2% 늘었고, 3월에는 무려 34.1% 증가했다.

이마트에서는 지난 1~2월 수입 맥주 판매량이 전년대비 20% 이상 늘어난 데 이어, 3월 들어서는 무려 38.2%의 성장세를 보였다.

홈플러스에서도 국산맥주는 1월에 작년 동기대비 10.0%, 2월에는 5.0%, 3월에는 11%나 판매량이 줄어든 반면, 수입 맥주는 1월 7.0%, 2월 11.0%, 3월에는 15.0% 판매 신장세를 보였다.

이렇게 수입맥주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FTA로 인한 관세 축소가 수입 맥주를 구입하는 부담을 줄였기 때문이다.

또한, 관세가 2018년까지 점진적으로 철폐되기 때문에 수입맥주의 판매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국산 맥주 맛에 대한 소비자의 실망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맛이 천편일률적인 국산 맥주 대신 수입 맥주로 점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로 독과점된 국내 시장은 국산 맥주 경쟁력의 하락을 가져왔고, 그 결과 한국 맥주 시장에 두 가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4월 18일에 발의된 주세법 개정안과 작년 11월에 출시된 무알콜 맥주의 등장이 그것이다.

이번에 발의된 주세법 개정안은, 맥주를 만들 때 맥아 사용 비율을 기존의 10%에서 70%로 올리고, 독과점된 국내 맥주 시장에서 새로운 맥주회사의 진입을 위해 각종 설립기준을 낮추고, 나아가 중소 맥주회사의 세율을 30%까지 내리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한편, 하이트진로는 알코올 도수 0.00%의 무알콜 맥주 ‘하이트제로’를 출시했는데, 이는 2009년 일본 ‘기린’사에서 처음 출시한 것으로, 효모를 넣는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알코올이 발생하지 않는다.

주세법 개정안이 그 동안 안이했던 두 회사에 대한 징벌적 결과라면, 무알콜 맥주의 등장은 새로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려는 국내 맥주 회사의 노력으로 볼 수 있다.그렇다면 무알콜 맥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는 정체된 시장에서 신제품을 통한 매출 확대 전략이다.

가령, 체질상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나 아이의 건강을 위해 금주하는 임산부 그리고 건강지향이 강한 고령자와 같은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다. 두 번째로는 국내 고령화에 따라 선진국 특히 일본 맥주 시장의 변화를 모방한 것이다.

최근 한국이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 문제는 맥주와 같은 주류는 젊은이들과 장년층이 주 고객이며, 고령층의 소비량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 맥주 회사들은 줄어들 맥주 소비량에 대비하여 고령화 인구를 겨냥한 무알콜 맥주를 앞다투어 출시하고 있다. 실제 일본은 무알콜 맥주 시장이 가장 큰 곳으로, 2012년 기린의 무알콜 맥주 ‘프리’가 올해의 히트 상품에 선정될 만큼 인기다.


그 결과 무알콜 맥주가 현재 일본 전체 맥주시장의 4%까지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무알콜 맥주 시장은 시작 단계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시장에서 이미 미국이나 독일산 무알콜 맥주가 경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유통망과 브랜드를 이용할 수 있기에 경쟁 제품 대비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산 무알콜 맥주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블로그 등을 통해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호의적인 반응보다는 강한 실망이나 아쉬움이 대부분이다. 이는 국산 맥주가 수입맥주에 비해 경쟁력 낮은 맛으로 주세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을 연상케 한다.

타 경쟁사 맥주와 같은 0.00%의 무알콜에서 맛이 밀린다면 경쟁에서 불리할 것은 뻔한 이치다. 게다가, 내수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할 일본산 무알콜 맥주는 아직 수입도 되지 않았다.

또한 2018년 이후에는 미국과 유럽의 무알콜 맥주와 가격에서도 경쟁을 해야 한다. 이러한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마케팅 전술이나 브랜드 구축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제품으로 승부해야 한다.

제품 경쟁력 차원에서 짚고 넘어갈 점은 알콜, 무알콜에 상관없이 현재 국내 맥주에 가장 부족한 ‘맛의 다양성’이다. 물론 기존에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소비자 수요의 다양화가 진전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

따라서 매스(Mass)시장 위주의 제품 전략은 정보화와 세계화의 일반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무알콜 시장은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여기에서 하나의 힌트가 되는 것은 ‘츄하이’라 불리는, 소주에 약간의 탄산과 과즙을 넣은 일본의 음료다. 3% 전후의 저알콜에 다양한 맛(복숭아, 오렌지, 포도 등 각종 과일이나 칵테일 등)을 결합한 이 음료는 일본시장에서 2012년까지 5년 연속 성장세이며 소주시장(10%) 수준의 수요가 있다.

이를 맥주시장, 특히 무알콜 맥주에 응용해보면 맥주의 맛에 한정되지 않은 보다 다양한 맛을 결합하는 것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펩시가 코카콜라를 매출에서 추월했던 이유는 하나의 대표음료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 제품군을 확장한 것에 있었다.

소비자의 수만큼 다양한 니즈가 존재한다는 것을 상기하고 계속해서 도전한다면 국내 시장의 수성뿐만 아니라 해외로의 진출 역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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