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 투자의 심리학

머니투데이 장득수 우리투자증권 강북 프리미어 블루 PB | 2013.04.30 06:00
금융시장이 투자자들에게 깊은 시름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 이슈만 보더라도 일본 엔화의 급락, 북한 핵 이슈, 1/4분기 기업 실적 부진, 예상을 깬 금리 동결, 일부 기업들의 충격적인 실적 발표, 대규모 유상증자 등 거시적인 충격 뿐 아니라 개별 기업 차원에서도 지속적인 악재를 쏟아내며 투자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국외에서는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였던 애플이 40%가 넘는 주가하락을 기록하고 있고, 금 가격도 30년 만에 하루에 10%가 넘게 하락하는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이 지난 금융위기와 같은 충격이 다시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에 떨고 있다.

커블러 로스(Kubler Ross)라는 정신과 의사가 제시한 ‘고뇌의 5단계 모델’에 따르면 사람은 어떤 슬픔이나 고뇌를 야기하는 일을 당했을 때 다음과 같이 5단계로 반응한다고 한다. 이를 금융시장에 응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 단계는 '부정'(Denial)이다.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고 뭔가 잘못 된 것이라며 사실을 부정한다. 뭔가주식 전산 오류나 매매착오가 있었겠지라며 사실을 믿지 않는 단계다.

사실이 확인된 후 나타나는 두번째 단계는 '분노'(Anger)다. 왜 하필이면 나지? 이건 공평하지 않아. 난 교회도 다니고 착하게 살았는데 그 많은 종목 중에서 왜 내가 산 종목만 부도가 나고, 내가 팔면 어떻게 알고 상한가를 치는 거지? 속절없이 빠지는 시장에 욕설을 퍼붓거나 특정 종목을 추천해준 브로커에게 화를 낸다.

세번째 단계는 '타협'(Bargaining)이다. 그래 과거에 주식 투자해서 많이 벌었고 다 합하면 손해는 아닐 거야. 내가 비록 50% 깨지기는 했어도 내 옆에 있는 친구는 90% 손실이잖아. 어차피 와이프도 모르는 돈인데 뭐. 등등 자기 스스로를 위로하고 심적으로 안정하려 노력한다.

네번째 단계는 '우울'(Depression)이다. 심적으로 타협하려고 노력했어도 어쨌든 손해는 손해다. 그간 돈 모아 사고 싶었던 명품 가방도 생각이 나고 차라리 그 돈으로 친구들한테 술 한 잔 사며 인심이나 쓸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사람 만나기가 싫어지고 TV나 뉴스에 주식이나 경제 얘기가 나오면 조용히 자리를 피하고 신문의 증권면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다섯째는 '용인'(Acceptance)이다. 그래 괜찮아. 이 정도는 뭐 하면서 결심을 한다. 나머지라도 건지자, 그리고 다시는 주식을 하지 말자고. 하지만 주가는 내 결심과 함께 모두 팔아버린 그 바로 다음 순간부터 불같이 오른다.

과거 일본의 주식대가는 주식은 인기라고 했고, 경제학자 케인즈는 주식투자를 미인 대회에 비유했다. 자신의 주관적인 견해보다는 남들이 어떤 형의 미인을 좋아하는가를 예측할 수 있어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두 증권 시장의 심리적인 요인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기본적으로 주가가 펀더멘털을 나타내는 EPS(주당 순이익)와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P/E 비율(주가수익비율)의 곱셈인 것만 봐도 시장의 절반은 심리인 것을 알 수 있다.

가끔씩 경제 펀더멘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정통하다는 경제학 교수 선후배의 다급한 전화는 시황을 판단하는 좋은 지표가 된다. 주가가 과열로 흐를 때 이제부터 본격적인 상승이라며 주식 매수를 할 때가 아니냐고 하고, 경제 전망도 어둡고 주가 전망도 별로 좋지 않아 주가가 바닥을 기고 있을 때면 마치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하듯 침울하게 다 팔아야라고 외친다.

주식은 기본적으로 장기투자 자산이다. 경제도 어둡고 주가 전망도 어두운 때에 투자심리마저 위축되면 살아남을 길이 없다. 아직 바닥을 알리는 교수님 전화가 오지 않아 조금 불안하기는 하지만 코스피 2000도 되지 않는 한국시장 절대 비싸지 않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긴 안목으로 시장을 봐야 할 때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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