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1시경 삼성전자 서초사옥 로비에 진을 친 기자들 앞으로 걸어 나온 이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포토라인 너머에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을 향해 어깨동무를 하고 포즈를 취했다.
이 부회장이 그동안 해외 주요 기업 CEO들과 오찬이나 만찬 후 이들을 배웅할 때도 사진기자들이 있더라도 좀처럼 포즈를 취한 적은 없다. 이날 래리 페이지가 사진기자들 쪽으로 몸을 돌리자 이 부회장과 최지성 실장, 신종균 사장 등과 함께 나란히 한 줄로 서서 어깨동무를 하고 포즈를 취하는 여유를 보였다.
어떤 얘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이 부회장이 "앞으로 잘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 유기EL(OLED: 유기발광다이오드)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신종균 사장은 "뉴코퍼레이션(새로운 협력), 뉴코퍼레이션"이라고 짧게 말했다.
이 부회장은 래리 페이지가 청와대 일정으로 먼저 서초사옥을 떠난 후 남아있던 구글의 산다 피차이 수석 부사장과 함께 들어가며 "안드로이드와 크롬을 담당하고 있는 산다 부사장"이라고 소개하고,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다"고 설명하며 함께 서초사옥으로 다시 들어갔다.
래리 페이지 CEO가 빠듯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을 헬기로 이동해 1시간여 방문하고, 다시 서초사옥에서 2시간 여 대화를 나눈 것으로 봐서 삼성과 구글은 새로운 협력 관계를 위한 큰 획을 이날 그은 것을 보인다.
애플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구글과의 협력관계 강화를 위한 모종의 제휴를 맺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가능하다. 빌 게이츠 MS 이사회 의장과 2시간 30분 가량의 만찬을 가진 이 부회장이 래래 페이지와 어깨동무까지 하며 우의를 과시한 것은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는 애플을 향한 암묵적인 '무력시위'의 성격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양사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래리 페이지가 굳이 헬기까지 동원해서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 현장을 짧게 방문한 것을 감안할 때 'OLED'를 탑재한 구글폰이나 구글TV 등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제휴 세리머니'에 앞서 사업장을 방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