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팩트]삼성電, 현금 40조 쌓아놓고 투자 안한다고?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13.04.28 07:06

지난 3년간 67조 투자, 최근 세분기 이익증가로 현금 늘어..시설투자 고용효과 적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말 현금이 40조원을 처음 돌파했다. 반면 1분기 시설투자 규모는 3조9000억원으로 2010년 1분기 이후 최저 규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쌓인 현금과 투자규모를 단순 비교한 데서 오는 오해도 있다. 투자 규모가 줄어든다고 지적하는 첫째 이유는 '투자금액=고용규모'라는 전통적인 인식에 따른 것으로 투자축소로 인한 고용 감소를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 그럴까.

◇현금 40조원 넘어선 건 영업호전에 따른 것=삼성전자는 26일 1/4분기 실적 발표에서 지난 1분기말 기말현금이 43조56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로 지난 4분기의 37조4500억원보다 21.7% 늘어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현금은 'Cash'가 아니라 '순현금(Cash)+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단기매도 가능금융자산' 등을 포함한 것이다.

기말현금은 이를 다 포함한 것으로 지난해 1분기 기말현금은 25조3900억원이었다. 2분기에는 23조80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가 3분기에 30조 3400억원, 4분기에 37조 4500억원으로 증가한 뒤 이번에 처음 4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년만에 18조1700억원(71.6%)이 늘어난 것이다.

순현금도 지난 1분기 11조 5200억원에서 2분기 9조 2200억원, 3분기 14조 9900억원, 4분기 22조 5500억원에서 올 1분기에는 처음 30조원을 넘어 31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지난 3분기부터 3분기 연속 8조원을 넘어서면서 현금 유입이 크게 늘어나고 영업상 현금흐름이 크게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소진되는 '투자'와 누적되는 '현금'의 차이=보유현금과 투자를 연관지을 때 유의해야 할 것은 투자는 각 분기마다 소진되는 규모를 얘기하는 것이지만, 현금이나 순현금은 계속 누적되는 규모라 둘을 단순 비교할 경우 잘못 해석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투자 규모는 2010년 21조6200억원, 2011년 22조6700억원, 2012년 22조8600억원이다. 지난 3년간 67조15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돈을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은 게 아니라는 67조 이상을 투자로 소진한 것이다.

같은 기간 현금은 20조6400억원에서 37조4500억원으로 16조 8100억원이 늘었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선순환으로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면서 보유현금 규모도 늘어난 것이다. 지난 3년간 67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16조8000여억원이 쌓였다.



올 1분기 투자규모가 3조9000억원인데 보유현금은 43조5600억원이 쌓인 것을 두고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최근 세 분기 동안 영업이익이 매번 8조원 이상 나오면서 현금유입이 늘어난 게 가장 큰 이유다.

일각에서는 유보율을 두고 오해하는 부분도 있다. 유보율은 기업이 영업활동이나 자본거래를 통해 벌어들인 전체 잉여금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비율로 번 돈을 얼마나 사내에 쌓아 두고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일각에서는 이 유보율이 늘어나는데도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유보율을 산출할 때 쓰는 잉여금에는 현금만 아니라 토지나 공장, 설비도 포함된다. 현금을 한 푼 남기지 않고 공장을 짓고 설비를 증설해도 모두 잉여금으로 잡혀 유보율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온다.

◇투자와 고용 패러다임의 변화..제조업 일자리 증가 제한적=장치산업인 삼성전자의 투자는 대부분 설비에 몰려 있다. 병원 등 서비스업의 경우 3000억원을 투자하면 일자리 3000개 정도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반도체나 LCD 등 대규모 장치산업은 3000억원을 투자하더라도 일자리가 수백 개 늘어나는데 그친다. 동일한 비용을 투자하더라도 서비스업에 비해 일자리 창출효과가 적다는 얘기다.

일례로 네덜란드 ASML이 생산하는 반도체용 노광기의 경우 1대당 1000억원을 호가한다. 이런 노광기 10여대를 넣어서 5조원짜리 반도체 라인을 하나 만드는데 여기에 투입되는 고용 인력은 수천명 미만으로 제한적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기 때문에 자연히 생산현장의 인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조업체들에게 투자를 늘리라고 해봐야 대다수의 투자금은 결국 외국계 장비 회사의 주머니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투자 시점은 기업이 가장 잘 안다. 투자를 강요한다고 일자리가 늘지 않는다. 기업은 가장 효과적인 시기에 전략적으로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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