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조심 해야…" 미국이 지는 이유?

머니투데이 채원배 기자 | 2013.04.25 13:35

[채원배의 뉴욕리포트]

미 백악관에서 폭발물이 터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부상을 입었다는 거짓 뉴스가 23일 AP통신의 트위터를 통해 전파돼 이날 뉴욕 증시가 한순간 크게 요동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위키피디아
'폭탄' '테러' '폭발' '공포'. 요즘 미국에서 너무나 자주 듣는 말이다.

그래서 일까. 한국의 지인들이 안부 전화나 문자로 남기는 말이 '몸조심하라'는 것이다.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부터 텍사스 비료 공장 화재 폭발, 일리노이 아파트 총기 난사에 이르기까지 최근 미국은 사건·사고의 연속이다. 심하게 말해 하루라도 조용한 날이 없다.

급기야 백악관에 폭탄이 터졌다는 거짓 뉴스까지 등장해 2분여동안 금융시장을 뒤흔들어 놓기도 했다.

어쩌다가 세계 최대 강대국인 미국이 이 지경까지 됐을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 시간) 보스턴 테러 희생자와 부상자들을 위한 '보스턴 힐(치유)'에서 "폭탄 테러범을 반드시 잡을 것이다"며 "폭탄은 우리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하루 뒤인 19일 테러 사건 용의자 가운데 도주했던 동생 조하르 차르나예프가 생포됐다.

그날 밤 보스턴 거리는 'USA'를 연호하는 시민들로 가득찼다. TV로 이 장면을 지켜본 기자의 눈에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테러 용의자가 체첸 출신의 이슬람교도이긴 하지만 엄연히 미국 시민권자였기 때문이다.

테러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인이 테러를 저질렀는데 'USA'를 외치는 그들의 행동을 외국인인 기자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보스턴 사람들은 외국인과 이방인들에게 친절하기로 소문나 있다. 한번 보스턴에 정착하면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보스턴은 미국 내 대표적인 '신사의 도시'라고 불린다.


이런 보스턴도 이번 테러 이후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이 2001년 9·11테러 이후 그랬듯이 말이다.

9·11테러는 아직도 뉴요커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한다. 낯선 사람을 만나면 의심부터 하고, 서로가 서로를 잘 믿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항과 공공장소뿐 아니라 일반 건물도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강도 높은 검문·검색이 일상화돼 있다.

뉴욕에서 만난 미국 시민권자인 한 재미교포는 "9·11테러 이후 미국 사회가 갈수록 정체돼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미국인들조차도 검문·검색에 지쳐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세계 제일의 강대국이 된 요인을 꼽으라면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자유'를 빼놓을 수 없다. 뉴욕항의 리버티섬에 세워진 자유의 여신상은 이를 상징해 주는 곳이다. 자유의 여신상은 1세기여 동안 아메리칸 드림의 선봉장 역할을 해 왔다. 머리에 쓰고 있는 관의 7개 첨단은 세계 7대의 바다, 7개의 주에 자유가 널리 퍼져 나간다는 상징이다.

그러나 자유의 여신상이 허리케인 샌디 영향으로 현재 통제되고 있는 것처럼 미국 사회도 갈수록 자유보다 통제가 심해지고 있다. 테러의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규제 강화 법안 처리는 의회에서 무산됐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여러 해 전부터 '미국이 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스턴 시민들이 테러범이 잡히는 날 'USA'를 연호했지만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강한 미국'이 조금씩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몸조심해야 하고, 자유보다 통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시민권자도 피부색과 출신지별로 차별당하는 것 등이 그걸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미국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이 세계인들의 마음에 진정으로 다가가고, 보스턴이 테러의 아픔을 빨리 딛고 '신사의 도시'로 영원히 남아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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