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경규가 제작한 영화 '전국노래자랑'(감독 이종필) 이야기다. 다음달 1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KBS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의 '김해시'편을 가상으로 만들고, 여기에 참가하려는 다양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버무려 내고 있다.
뻔한 신파인 줄 알지만, 할아버지와 헤어져 캐나다로 가는 손녀가 노래자랑에 나와 '부모'를 부를 때엔 자연스레 눈물이 고일 수밖에 없다. 산딸기 가공제품 홍보를 위해 노래자랑에 나온 순박한 아가씨가 좋아하는 직장동료에게 사랑고백을 하는 장면에선 미소가 절로 머금어진다.
아내가 운영하는 미용실의 보증금 500만 원을 올려줄 돈도 없는 극중 주인공 박봉남(김인권)이 싸이의 '챔피언'을 신나게 부를 땐, 지켜보는 관객들도 무거운 삶의 굴레를 잠시나마 내려놓고 신나게 즐길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주인공인 흥겨운 노래판을 배우들은 자연스럽고 정감있게 그려낸다. 주연 김인권 뿐 아니라 류현경, 이초희 등 조연들의 사투리 연기가 참 좋다.
# 그런데 영화는 결국 주인공 박봉남이 꿈꾸던 스타 가수가 되는 것으로 급하게 마무리된다. 제작자 이경규는 이 영화를 두고 '꿈을 되찾는 이야기'라고 했다. 전국노래자랑에 나간 것을 계기로 스타의 꿈을 이루는 시골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보통 사람들도 삶의 희망을 얻을 거라고 생각했단 말인 건지. 혹시 보통 사람들의 수준을 너무 우습게 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실제 삶이 영화 속 이야기처럼 그렇게 만만한가. 영화가 현실과 맞닿아있지 못하고 그저 허구 속에서만 머문다면 영화의 작품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편안하게 보는 '킬링타임'용 영화라 해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는 꿈이 반드시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또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서 가여운 인생이 되는 건 아니라는 것도 안다. 따라서 영화 속에서라도 억지로 꿈을 이뤄 대리만족을 느껴야 할 필요도 당연히 없다. 이 영화의 해피엔딩은 '주문하지 않은 음식에 돈을 낸 것' 같은 느낌이다.
# 행복한 인생을 사는 데 있어 꿈을 실제로 이루느냐 여부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정말 불행한 부류는 한 번도 꿈을 꿔보지 않았던 이들이지,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 아니니까. 꿈의 종류와 상관없이 인생에서 꿈을 꿔 봤다는 건 그 자체로 삶에서 큰 힘이 된다.
물론 꿈이 이뤄지면 더 좋겠지만, 설혹 이뤄지지 않았다 해도 그로 인해 겪는 삶의 좌절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인생의 길이 또 열릴 수 있고, 그 길을 걸어갈 용기와 새로운 꿈도 생기게 된다.
이 영화 주인공 박봉남처럼 처음 가진 꿈을 끝까지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보다 나은 삶을 꿈 꾸는 게 훨씬 행복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꿈도 어느 정도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
"희망만을 먹고 사는 자는 굶어 죽을 것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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