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지방대 나온 女직원, 男도 못하는 일 '척척'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13.04.25 09:25

[Beyond 혁신경제;스펙파괴 인재확보 나선 기업]<8-1> 효성그룹

"눈에 보이는 '스펙'보다는 악착같은 '열의'와 뜨거운 '열정'이 중요하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3남인 조현상 부사장(산업자재PG장)이 취업준비생들에게 건넨 말이다. 지난 해 하반기 서울대와 연세대 채용설명회에 참석해 직접 무대에 오른 조 부사장은 구직자들에게 이렇게 주문했다고 한다.

조 부사장은 "효성은 입사 10~15년 만에 부장급 임원이 되는 것이 가능한 유연하고 탄력적인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CAN-DO ATTITUDE'(의욕적인 태도)'를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효성의 인재상은 경영 키워드인 '글로벌 엑설런스를 통한 가치경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무한경쟁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자를 따돌리고 고객만족을 실현하려면 '스펙'보다는 '열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효성이 나이나 어학점수 등의 제한을 없앤 '열린 채용'에 나서고 있는 건 그래서다.

효성 관계자는 "배경보다는 실력과 인성을 중심으로 면접전형과 직무프리젠테이션, 토론면접 등을 통해 '효성웨이(Hyosung Way)'에 걸맞은 인재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최고경영진이 직접 리쿠르팅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지난 1월 경기도 안성시 한국표준협회 연수원에서 실시한 2013년 효성 대졸공채신입사원 입문교육에서 신입사원들이 조별 토의를 실시하는 모습/사진=효성그룹

효성은 지난 2월 에너지 부문 마이스터 고등학교(산업 수요형 맞춤 고등학교)인 수도전기공고 졸업생 8명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했다. 지난 해 하반기에는 3명의 고졸 직원을 창원 공장에 채용했다.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대졸자보다 뛰어난 고졸 출신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다. 고3 졸업반 학생들에겐 인턴 실습 등 현장 학습도 지원한다. 고졸 채용 활성화를 위해 수도공고에 '효성 특별반'을 개설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효성의 인사관리와 채용을 책임지고 있는 류경희 인사관리팀장은 "학점, 외국어성적, 자격증과 같은 '스펙'도 (인재들에게 필요한) 역량이지만 성실성, 책임감, 개선의지, 창의력, 열정 등과 같이 계량화할 수 없는 역량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류 팀장과의 일문일답.


- 효성이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효성 핵심가치 체계인 '효성웨이'(Hyosung Way)를 업무에서 실현할 수 있는 인재다. 효성웨이는 '최고의 기술과 경영역량을 바탕으로 인류의 보다 나은 생활을 선도한다'는 미션과 '최고, 혁신, 책임, 신뢰'의 4개 핵심가치를 말한다. 끊임없는 학습과 실천으로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추구하는 사람(최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사람(혁신), 주인의식을 가지고 맡은 일을 열정과 끈기로 반드시 완수하는 사람(책임), 사실과 원칙에 입각해 투명하게 공정하게 일하는 사람(신뢰)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뛰어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게 목표다.

- '열린 채용' 도입 이후 가장 기억에 남는 지원자가 있다면
▶지난 해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 면접을 본 한 여성 지원자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다. 공업고등학교와 지방대학교를 졸업한 취업준비생이었는데 면접위원들이 따로 질문을 던질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기소개서를 완벽하게 작성했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정성'을 보여준 것이다. 그 직원은 입사 후 남자 직원들도 근무하기 어렵다는 공장의 보전(설비관리 등) 부서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일하고 있다. 채용 과정에서 보여준 '진정성'과 '열정', '의지'가 업무 현장에서 그대로 적용되는 사례다.

- 대기업 인사를 담당하면서 느낀 최근 취업준비생들의 특징이 있나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자신의 의사표현을 적극적으로, 거리낌 없이 한다. 면접이 끝날 때쯤 면접위원들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지는 친구들도 있다. 회사 근무여건이나 합격시 어디에 배치되는 부서 등에 대해 궁금해 한다.

- 취업준비생들에게 면접 '팁'을 알려 달라
▶면접 때 본인의 명함을 만들어 온다든지 신문 기사를 편집해서 신문을 만들어 자신을 PR하는 등 정성껏 면접을 준비해 온 지원자들이 있다. 자신이 근무할 사업장을 사전에 견학한 후 면접에 참석한 경우도 있는데 굉장히 좋은 이미지와 인상을 심어주었다. 면접 때 일방적인 면접관들의 질문에 미처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어보면 이때를 잘 활용해 자신을 어필해야 한다. 인터넷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의 회사 정보를 면접관들에게 물어보면 감점을 받을 수도 있다. 불성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 입사를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기업은 역량을 가진 인재들을 채용해 그 인재들로부터 성과를 바란다. 학점, 외국어성적, 자격증 등과 같은 '스펙'도 역량에 해당하지만 성실성, 책임감, 개선의지, 창의력, 열정 등과 같이 계량화할 수 없는 역량도 있다. 이런 역량들은 자기가 경험했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에 녹여낸다면 면접 시 대화 소재가 된다. 면접위원도 질문하기가 수월하다. 사소한 경험이라도 거짓을 말하면 안 된다. 반드시 본인의 경험을 솔직하게 기술하거나 애기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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