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폭행' 기내식 라면 맛없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13.04.23 10:49

A380기 다른 항공기에 비해 전력 낮아… '라면'이 항의 최다

대기업 임원이 항공사 승무원을 폭행해 보직해임까지 당하게 된 데에는 맛없는 기내 라면이 촉매제가 됐다. 이 임원이 주문한 라면이 특별히 맛이 없는 이유는 뭘까.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A380 항공기 기내 전력은 380W(와트)로 560와트를 사용하는 다른 항공기에 비해 전력이 약한 편이다. 전압은 110V(볼트)로 다른 항공기와 같지만 전력이 약하다보니 A380 기내에서 물을 끓이게 되면 수온을 섭씨 70~80도 정도까지밖에 올리지 못한다. 따라서 기내에서는 끓는 점인 섭씨 100도에 미치지 못하는 미지근한 물밖에 구할 수 없다.

팔팔 끓는 물로 면을 익혀야 하는 라면의 경우 제대로 조리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있다. A380기에서 승무원들이 가장 많은 항의를 받는 부분도 바로 라면 요리다. 물이 끓지 않기 때문에 라면 면발을 익히기 위한 조리 시간이 길어지고 그러다보면 라면이 불기 일쑤다. 라면이 불지 않도록 조리시간을 줄이면 면이 설익게 된다. 결국 A380기에서 맛있는 라면을 먹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승무원과 탑승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탑승객들은 불은 라면 혹은 설익은 라면에 대해 승무원들에게 항의를 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한항공의 A380기를 탑승한 여행객은 "주문한 라면이 불어 나왔는데 승무원이 A380 기종은 라면을 맛있게 끓이기가 힘들다고 사과했다"면서 "굳이 사과까지 할 필요가 있나 의아했는데 워낙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승무원들이 지레 먼저 사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항공기에서 승무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다가 폭행까지 한 포스코에너지 상무가 탑승했던 기종도 A380기다. 대한항공은 6대의 A380기를 도입해 인천에서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리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의 왕복노선에서 운항 중이다.


물의를 빚은 상무는 지난 15일 인천에서 로스앤젤리스를 향하는 A380기의 비즈니스클래스에 탑승했다. 그는 기내식이 입맛에 맞지 않다며 라면을 주문했으나 라면이 덜 익었다는 등의 트집을 잡아 수 차례 다시 끓여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또다시 라면을 주문한 후 라면에 나오지 않자 기내 주방으로 찾아가 "나를 무시하느냐"며 잡지로 승무원의 눈 주변을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A380기 제조사인 에어버스 측에서 항공기 기내 안전을 고려해 전력을 낮게 설계했다"면서 "제한된 환경 속에서 최대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A380 항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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