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이대 상권, 추락하는 것에 날개를 달 수 있을까

오세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 회장) | 2013.04.20 11:33
서울의 5대 상권(명동, 종로, 강남, 신촌, 홍대) 중 하나인 신촌 상권에서, 중앙로라고 할 수 있는 연세로의 한가운데 점포가 올해 초까지 약 1년간 공실 상태로 방치된 것은 그 동안 나돌던 신촌의 위기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최근 서울 5대 상권의 점포 경매에서 신촌의 경매 물건 수와 유찰 개수가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신촌상권이 그 동안 누리던 문화 교류의 장이라는 이미지가 많이 퇴색하여지고, 이 이미지를 홍대상권에게 넘겨 줌으로서 입지의 선호도가 많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대쪽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패션메카로서의 상징이었던 이대역 인근 미용실은 2012년 전후 1년 사이에 약 76곳에서 42곳으로 줄었다. 아울러, 미용실과 함께 성업했던 패션 점포들도 덩달아 맥을 못 추고 있다.

문화와 패션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100여개가 넘는 모텔과, 대학생들과 주머니가 얇은 사람들을 겨냥한 다양한 규모와 주종(酎種)의 술집, 노래방이나 오락실과 같은 단순한 먹고 즐길 거리뿐이다.

그저 술집과 모텔 촌이 밀집된 유흥가라는 이미지만 남게 된 것이다. 신촌/이대 상권 몰락의 원인은 이렇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신촌/이대 상권이 주춤하자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이 있다. 바로 서대문구다. 서대문구는 다음과 같은 일명 ‘신촌 부활 프로젝트’를 가지고 신촌의 명성을 되찾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신촌 부활 프로젝트(추진처 : 서대문구청 경제발전기획단)
연세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지정(2014년부터 시행)
관광 엔터테인먼트, 창작문화 예술촌과 테마브랜드 음식타운 계획
관광자본 업무와 상업시설 코어, 어드벤처 익스트림 공간조성 계획
신촌 기차역 밀리오레의 비즈니스 호텔화
창서초등학교의 복합문화공간화

모텔촌 축소, 공영주차장 확보 등

그런데 서대문구가 계획을 추진하는 모습을 우려 하지 않을 수 없다. 근시안적인 접근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건이 작년 말 홍익문고 퇴출 논란이다.

결국 취소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지만 애초에 현실적으로 서점의 재입점이 불가능한 방안을 내놓은 것 자체가 문화 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고 있다.

애초에 문화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했는지에 대한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어 차별화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또 한편 생각해 볼 점은 누구를 위한 신촌 부활인가이다. 상권으로서 지속적인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곳을 가장 자주 찾는 소비자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밀리오레의 비즈니스 호텔화 계획이나 공영주차장 확보 등을 보면, 신촌을 찾는 학생들을 비롯한 국내 고객보다는 최근 들어 증가추세인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인상이다.

외국인 고객의 편의를 위해 시설과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보다는 과연 중국인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들이 언제까지 신촌/이대 상권에 매력을 느끼고 찾을 수 있을 것인지 그 한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최소한 그들이 내국인조차 없는, 그러면서도 자기네 도심과 별 차이 없는 거리를 비용을 들여 찾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소비자들의 꾸준한 유입이 전제되어야 비로소 외국인 관광객 역시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국내 상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신촌/이대만의 특징을 발굴해 내야 한다. 이 역시 대학생을 포함한 이 지역을 찾는 소비자들의 특성과 욕구로부터 출발해야만 실효성이 나타날 것이다.

단순히 예술촌, 음식타운, 상업시설 등을 갖춘다는 발상으로는 타 지역과 차이를 만들어 내기에 역부족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대기업에게 종합 쇼핑타운을 짓게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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