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된 프로그래머 "인문학 감성이 IT와 만날때"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 2013.04.16 07:01

[피플]홍성동 KB투자證 채널시스템팀 차장, 월간 문예지 통해 등단

"대가리는 뭉개지고/ 모가지는 꺾어지고/
밑동다리는 잘릴 듯 휘청거려/ 한 덩어리 제 한 몸 박혀 있질 못하는데/
매일 반듯하라고 두드리는 그/ "
-홍성동 작, ‘못’ 중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시(時). 언뜻 상상이 가지 않는 조합이다. 홍성동 KB투자증권 채널시스템팀 차장(42. 사진)에게 이 둘은 곧 '생활'이다. 그는 이달 종합문예지 '문학세계'로 꿈에 그리던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대생 특유의 집중력으로 준비한 지 1년도 안돼 이뤄낸 성과다.

"예전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있었지만 학교졸업 후 10여년 정도 하루하루가 바뀌는 IT(정보기술)트렌드에 대응하기도 바빴습니다. 하지만 마흔이 넘어가며 내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을 찾다보니 저절로 글을 쓰게 되더라고요."

다시 펜을 들기는 했지만 회사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KB스마톡S'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에 수개월을 매달리다보니 글쓰기가 녹록지는 않았다. 그는 시간을 따로 내기보다 스마트기기를 사용해 자택이 있는 경기 파주와 서울 여의도를 오가는 출퇴근 버스 안에서 시를 읽고 또 썼다.

"많은 사람이 단순무식(?)할 것같은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어떻게 시를 쓰냐고 묻기도 하죠. 하지만 시를 쓰려면 창의력, 사물의 이면을 보는 관찰력, 상상력이 필요한데 이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와 비슷한 것같아요. 인문학의 감성이 새로운 관점과 시각으로 IT의 연장선에 놓일 때 창조성이 발휘된다고 할까요."


그는 올해부터 대학교 문예창작과정을 다니며 정식으로 시를 배우고 싶었지만 당분간 공부를 향한 열의는 제쳐두기로 했다. 장애인의 웹페이지 이용 편리성 확대를 위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확대 시행으로 앞으로 6개월 이상은 다시 웹접근성 프로젝트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일만 하기에도 바쁠 것같은데 왜 시에 몰입한 것일까.

"시를 왜 쓰냐고요? 시를 통해 내 감정을 표현하고 그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때 느끼는 희열이 얼마나 큰지 몰라요. 현대인은 외롭잖아요. 사회적 위치에 오른 것같고 일도 많이 한 것같지만 막상 남는 건 별로 없죠. 술 마실 때만 감정을 표현하지 말고 글로 자신을 표현해보라고 주변에도 많이 권합니다."

안도현 시인을 좋아하는 그는 화려한 시보다 짧더라도 강한 감동과 진실된 메시지로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 내년에는 작지만 자신만의 시집을 내겠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시가 어렵게 느껴지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를 쓰면서 사물을 다르게 보고 모든 생활이 시가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죠. 하루에 한 편이라도 시를 읽고 써본다면 우리 생활은 확실히 달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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