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해방가 - 왜냐고 묻지 마세요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장 | 2013.04.15 08:30

[웰빙에세이] 지금 이 순간의 행복만이 진짜다

꽃은 그냥 아름답다. 태양은 그냥 빛난다. 바람은 그냥 분다. 강물은 그냥 흐른다. 파도는 그냥 친다.

왜 그냥이냐고 따지고 싶은가? 꽃은 왜 아름답나? 태양은 왜 빛나나? 바람은 왜 부나? 강물은 왜 흐르나? 파도는 왜 치나? 따지는 순간 꽃은 나에게서 멀어진다. 태양은 빛은 잃는다. 바람은 나를 스치지 않는다. 강물은 내 안으로 흘러들지 않는다. 파도는 내 가슴을 때리지 않는다.

들판에 나가 하늘을 보면 머리가 환해진다. 언덕에 올라 바다를 보면 가슴이 탁 트인다. 강가에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 마음도 잔잔하게 흘러간다. 맑은 봄날 쏟아지는 햇살에 몸을 맡기면 온몸의 세포들이 빛과 어울려 춤을 춘다. 나는 그냥 행복하다.

왜 행복하냐고 따지고 싶은가? 그러면 나는 행복을 놓친다. 머리 복잡해진다. 가슴 꽉 막힌다. 마음 심란해진다. 기분 착 가라앉는다. 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이유를 묻고 싶은가? 그러면 나는 생각에 갇힌다. 기쁘면 기쁘다고 생각한다. 슬프면 슬프다고 생각한다. 외로우면 외롭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말고 행복하면 행복을 만끽하자.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말자. 행복은 머리에 없다. 사랑도 머리에 없다. 신나면 신나게 웃자. 신난다고 생각하지 말자. 지금이 웃을 때인지, 아닌지 따지지 말자. 슬프면 실컷 울자. 슬프다고 생각하지 말자. 지금이 울 때인지, 아닌지 따지지 말자. 남들 눈치 보지 말자.

내 행복은 나의 것이다. 그것을 다른 사람의 것과 비교하지 말자. 그의 행복은 그의 것이다. 지금의 행복을 과거의 행복이나 미래의 행복과 견주지 말자. 과거의 행복은 지나갔고 미래의 행복은 오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의 행복만이 진짜다. 나머지는 가짜다.


생각만 하면 생각의 포로가 된다. 비교만 하면 비교의 포로가 된다. 나는 생각의 함정에 빠져 있다. 비교의 함정에 빠져있다. 너무 오래, 너무 깊이 빠져 함정에 빠진 줄도 모른다. 그래서 틈만 나면 행복을 생각하고 비교한다. 성공을 생각하고 비교한다. 가진 것을 생각하고 비교한다. 모양새를 생각하고 비교한다. 성적을 생각하고 비교한다. 지식을 생각하고 비교한다. 아래와 비교해서 교만하고, 위와 비교해서 시기한다.

생각하고 비교하느라 마음은 분주하다. 머리는 복잡하다. 그러나 가슴은 썰렁하다. 머리와 가슴, 몸과 마음이 나에게 따로 있으랴. 그런데 사는 것은 어째서 몸 따로 마음 따로, 머리 따로 가슴 따로 인가. 지식이 머리에서 길을 잃어 지성에 이르지 못한다. 감정이 마음에서 메말라 감성에 이르지 못한다.

가슴으로 읽는 법, 가슴으로 느끼는 법을 모른다. 가슴이 통하는 것, 가슴이 울리는 것, 가슴이 아픈 것, 가슴이 벅찬 것을 경험하지 못한다. 가슴을 지나 존재의 중심에 이르는 길을 보지 못한다. 거친 세상에서 먹고 살기 위해, 생존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그런 것을 운운할 여유가 없다. 온종일 이것저것 생각하고 분별하느라 바쁘다. 비교하고 계산하느라 정신없다. 공부도 계산, 일도 계산, 사랑도 계산! 계산하다가 세월 간다.

해방가를 부르고 싶은가? 그렇다면 험한 세상에 대고 부르지 말라. 내 머리에 대고 불러라. 내 마음에 대고 불러라. 생각하고 따지고 비교하는 욕망의 함정에 대고 불러라. 가슴으로 불러라. 햇살과 바다와 함께 불러라. 들판과 바람과 함께 불러라. 꽃과 강물과 함께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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