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드라마 '직장의 신'의 한 장면이다. 비정규직 미스김이 회식 다음날 아침 이 같은 신청서를 제출하자, 사내 팀장은 "한국사회에선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펄쩍 뛰면서도 결국은 손을 들고 만다.
김혜수가 연기하는 미스김은 어떤 일이 주어져도 척척 해내는 우수사원이다. 그러나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시간에만 일한다. 오후 6시 칼퇴근은 기본이고, 팀원의 USB를 함께 찾아주다가도 점심시간 되면 바로 일을 멈추고 추가수당 계약서를 요구한다.
현실에선 가능한 일일까.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시간외 수당, 즉 연장근로시간을 따질 때는 법적으로 두 가지 기준이 적용된다. 하나는 강제성이고, 다른 하나는 본래 주어진 업무와의 연관성이다.
예를 들어 근로자가 작업복을 갈아입는 시간은 강제성이 있기 때문에 시간외 근로시간에 포함될 수 있다. 사내 워크숍이나 교육훈련 등도 강제성이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다.
그러나 회식 자리에서 고기를 굽고 탬버린을 흔든 것은 명시적인 '업무관련성'이 없는데다, 암묵적 강제는 있었을지 몰라도 '명시적 강제' 역시 없다. 신청서를 낼 수야 있겠지만, 임금 체불로 신고하더라도 수당을 받긴 어렵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회식은 문화적인 측면이 크기 때문에 법적 영역으로 끌어오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며 "회사에서 연장근로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하고 개별 근로자가 동의하면 합의가 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드라마에선 미스김이 큰 소리를 내고 있지만, 현실의 비정규직은 여전히 힘든 처지다. 미스김의 회사 동료이자 비정규직인 정주리가 재계약을 위해 회식 3차까지 따라가는 모습에서 현실의 비정규직들은 동질감을 느낀다.
한 인터넷 블로거는 "미스김같은 캐릭터가 존재할 수 없는 현실은 쓸쓸하다. 주어진 시간 내에 주어진 업무만 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고, 남는 시간에 여가를 즐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거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당연할 수가 없다는 게 슬프다"고 말했다.
또 민간부분에선 대기업의 '고용형태별 고용공시제도'를 오는 6월부터 도입하고,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및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방침이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아울러 징벌적 금전보상제를 도입해 고의적이고 반복적인 차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방침"이라며 "고의적인 차별에 대해서는 차별액에 해당하는 10배까지를 보상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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