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박근혜 정부 기관장의 '스펙'

머니투데이 김준형 경제부장 겸 금융부장 | 2013.04.12 07:25
북한이 못 쳐들어오는 이유가 예비군 때문이라느니, 방위병이라느니, 중학교 2학년(어디로 튈지 모르는) 때문이라느니 농담들을 한다. 총알택시에 폭탄주, 핵가족, 대포집도 등장하지만, 여기에 50, 60 아저씨들도 포함돼야 할 것 같다.

지난주말 '제주 국제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했다가 67세의 나이에도 매달 한차례 100킬로미터 마라톤을 한다는 '아저씨'를 만났다. 환갑 진갑 지난 나이에도 이처럼 막강 체력을 지닌 '병력 자원'이 길에 널렸다.

하지만 아직 20년은 멀쩡히 일할 수 있고, 전쟁터라도 갈 수 있는 체력을 갖춘 이들이 무슨 '줄'이라도 확실히 서 두지 않으면 50대 나이에 직장에서 밀려나곤 하는 게 현실이다. 위에서 굵고 튼실한 동아줄을 잡고 내려오는 '낙하산'들을 바라보면 부아가 치밀어 미친 듯 길거리를 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지도 모르겠다.

KDB 금융지주 회장에 홍기택 중앙대교수가 임명됐다. 말도 많은 정부산하 공공기관 인사로는 첫 임명이었다. 그토록 오래 뜸들이고 불 지펴서 지어낸 첫 밥이니 다들 거기서 어떤 김이 모락모락 나는지 지켜 보고 있었다.
홍회장의 임명으로 비춰볼 때 공공기관 수장의 자격으로 정부가 들었던 '국정철학'과 '전문성' 중에 적어도 ‘전문성’이라는 말은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
본인이나 정부로선 억울할 진 모르지만, 시장에 그런 시그널 하나는 확실히 줬다.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또 인수위원으로 '국정철학'을 가다듬은 경제학자이지만 대한민국 최대 정책금융기관을 이끌 만큼의 ‘전문성’을 지녔다고 동의해줄 사람이 몇이 될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비슷한 사례가 몇명이나 더 나오느냐에 따라 이미 홍회장은 '양대천황' '3대천황'(혹은 4대천황까지도)의 타이틀은 예약한 듯 하다.

얼마 전 대통령에게 유임 전화를 받은 양건 감사원장의 사례도 '시그널 효과'가 확실한 사례다.

이명박 정부가 끝나자마자 4대강, 서민금융 등 MB정부 대표적 사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벌여 '코드 감사'란 말을 들었고, 리더십 문제도 제기됐지만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유임 전화를 받았다"는 말로 거취 불안감을 한방에 날렸다.
대통령의 '직접 전화'는 사람들에게 ‘저렇게 하니 역시 인정받는구나’ 하는 시그널을 확실히 던진 셈이다.(요즘처럼 서슬 퍼런 시기에 대통령 재가 없이 “직접 전화 받았다”는 말을 이틀에 거쳐 거듭 공개했을 것 같지는 않다).

금융이나 산업부문을 막론하고 기관장 입성에 성공했거나, 유력한 것으로 거론되거나, 혹은 탄탄한 입지를 과시하는 사람들에게 대개 공통적으로 따라다니는 말들이 있다.
어느 대학 출신이라느니, 어느 대학 인맥의 대부라느니, 본인 혹은 부인이 대통령과 같은 학교를 다녔다느니, 부친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 무슨 일을 했다느니, 심지어 박대통령과 함께 어느 초등학교를 다녔다는 따위이다. 박근혜정부의 스펙인 셈이다. 이전 정권때에도 낯설지 않은 일이지만, 유난히 사적(私的)인연이 강조되는 게 새 정부 스펙의 특징이 돼 가고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시그널대로라면 ‘전문성’ 기준에 기대를 걸고 기관장 자리에 도전해 보려 했거나, 혹은 자리를 보전하려 했던 사람이라면 기대를 접어야 할 것이다. 깃발은 이미 올라갔다.

국민의 말을 듣는 제스처는 대통령의 기본 행동 양식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은 몸을 앞으로 구부리고 손으로 턱을 받쳐 군중들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가 몸에 뱄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유세 도중, 귀를 손에 대고 열심히 듣는 시늉을 한다.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바치는 '아부의 기술'이지만 실제 경청과 행동이 뒷받침 되지 않은 채 반복되다 보면 위선이 되고 만다.
아침 한 조간신문에 귀를 손에 대고 경청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유난히 크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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