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 MIT생' 절반도 정답 못 맞히는 3문제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 2013.04.12 09:15

[행동재무학]<10>감정 조절 못하면 주식농사 망친다

편집자주 | 주식시장이 비효율적(inefficient)이라 보는 이들은 열심히 노력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알파를 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림=강기영 디자이너
수재만 들어간다는 MIT 대학생 절반 이상이 정답을 못 맞히는 3문제가 있다. 문제가 어려워서가 아니라 정답을 고르게 하는 이성이 오답을 부르는 감정에 이끌리어 틀린 답을 내기 때문이다.

미국 예일(Yale) 대학교의 셰인 프레데릭(Shane Frederick) 교수는 MIT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이성이 감정을 얼마나 잘 조절하는지를 측정할 목적으로 3가지 문제를 만들어 수재만 들어간다는 MIT생들에게 테스트해 봤다 (이 테스트는 인지반응 테스트(CRT: Cognitive Reflection Test)라 불린다). MIT생들은 이성능력이 매우 뛰어나서 감정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고작 MIT생의 48%만이 3문제 모두 정답을 맞혔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은 어땠을까? 프레데릭 교수가 일반인 3,500명에게 3문제를 주고 테스트를 해 봤더니, 겨우 17%만이 3문제 모두 정답을 맞혔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상자의 1/3이 1문제도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월가에서 큰 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는 어떨까? 투자은행 소시에떼 제너널(SG)에서 투자전략가를 지내고 월가에서 펀드매니저로 있으면서 『행동재무학: 자기의 적(敵)을 이기는 법』이라는 책을 저술한 제임스 몬티에르(James Montier)는 월가에서 600명의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전문투자가 등을 대상으로 프레데릭 교수의 3문제를 테스트해 봤다.

그가 얻은 결과는 놀라웠다. 겨우 40%만이 3문제를 모두 맞혔고, 10%에 달하는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이 1문제도 못 맞힌 것으로 나타난 것. 감정의 개입으로 깜짝할 사이에 수백만 달러의 돈을 잃어버릴 수 있는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이 감정을 완전히 조절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한편 보통의 일반 주식투자자들이 얼마나 감정 조절을 못하는지는 굳이 프레데릭 교수의 인지반응 테스트를 통하지 않고도 여기저기서 많이 발견되고 있다. 심지어 주식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펀드에 투자하는 간접투자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20년간 미국 증시에서 S&P500 지수는 평균적으로 해마다 8% 넘게 상승했다. 따라서 이러한 지수펀드에 가입했던 투자자들은 수수료율을 차감하고 대략 연간 6~7%의 수익률을 거뒀어야 한다. 그러나 지수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실제 수익률을 조사해 봤더니 고작 연간 1.9%에 불과했다. 즉 펀드가입자의 실제 수익률이 펀드수익률에 훨씬 못 미친 것이다.

왜 이런 큰 차이가 생겼을까? 펀드가입자들이 가입이나 탈퇴, 추가입급 등을 할 때 감정에 휩싸여 나쁜 타이밍을 골랐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하면, 증시가 과열일 때 펀드에 가입하고 증시가 침체일 때 펀드에서 돈을 회수했던 것이다. 이성이 감정을 이겼다면 그 반대로 했었을 것이다.


이제 당신의 감정 조절 능력은 얼마나 되는지 아래 프레데릭 교수의 3문제를 가지고 스스로 체크해 보자.

(1) 야구방망이와 야구공의 가격은 합쳐서 $1.10이다. 야구방망이는 야구공보다 정확히 $1.00 비싸다. 그럼 야구공의 가격은 얼마인가?

(2) 만약 5개의 기계로 5개의 공구를 만드는데 5분이 걸린다면, 100개의 기계를 이용해서 100개의 공구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3) 한 호숫가 구석에 백합꽃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그런데 매일 백합꽃이 퍼지면서 하루에 백합꽃 무리가 2배씩 퍼진다. 만약 호숫가 전체를 백합꽃이 뒤덮는데 48일이 걸린다면, 호숫가 절반을 백합꽃이 뒤덮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만약 위 3문제를 모두 맞히면, 당신의 감정 조절 능력은 수재만 들어가는 MIT생의 48%에 속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당신이 감정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까? 몬티에르의 대답은 "No"다. 왜냐고? 프레데릭의 3문제를 모두 다 맞힌 사람은 이제 '과신'(overconfidence, overoptimism)라는 또 다른 감정의 사슬에 말려든다고 경고한다. 당신은 과신 때문에 주식투자를 망친 경험은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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