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우리은행 농구단에서 배우는 경영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 2013.04.08 08:16
비전이나 전략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화려하고 강한 개성의 리더보다 조용한 리더가 성공을 이끈다, 광적일 정도의 규율이 중요하다, 최고의 보상이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꾀 많고 교활한 여우보다 단순하고 촌스러운 고슴도치가 성공한다.

세계적인 경영 구루 짐 콜린스에 의해 주창돼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경영의 상식이다. 이런 기초상식이 최근 다시 한번 입증됐다. 우리은행 여자 농구단에서다.

국내 여자 프로농구에서 우리은행은 늘 꼴찌였다. 지난 4시즌 내리 6개팀 가운데 6등을 했고, 그 전 두 번은 5등을 했다. 그런 우리은행 여자 농구단이 지난달 끝난 2012~2013 시즌에 우승을 했다. 정규 리그와 챔피언 결정전을 모두 이겼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우리은행 여자농구단에서 제일 중시된 것은 승리와 우승이 아니고 사람이었다. 서로 철저히 신뢰했다. 구단주(은행장)는 단장(부행장)을, 단장은 감독과 코치를, 감독과 코치는 선수들을 믿었고 모든 걸 맡겼다.

우리은행은 선수들에 대한 스카우트와 연봉협상을 구단에서 하지 않고 감독과 코치에게 일임했다. 그만큼 감독과 코치를 믿었기 때문이지만 이에 따라 지도력이 강화되고 선수들이 더 열심히 뛰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과보다 사람을 중시하는 농구단 운영은 선수들에 대한 작은 배려에서 잘 드러난다. 우리은행 여자농구단 우승에는 티나 톰슨이라는 노장의 미국출신 용병이 큰 역할을 했다. 우리은행은 이국땅에서 아이와 함께 단둘이 지내며 외로울 수도 있는 그녀를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은행장이 미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아이에게 게임기를 사다 주는가 하면 시즌이 끝난 후 미국으로 돌아갈 때는 은행장 차를 내줘 모자가 서울 시내 관광을 할 수 있게 했다.

우리은행 여자 농구단이 우승한 원동력은 몇 명의 스타플레이어가 있어서도 아니고, 최고의 연봉을 줘서도 아니었다. 견디기 힘들 정도의 강한 훈련 덕분이었다. 선수들 몸무게가 5~6kg씩 빠졌다. 그러다 보니 훈련이 너무 힘들어 이탈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럴 때면 구단에서 직접 나서 선수는 물론 그들의 부모를 찾아가 위로하고 설득함으로써 신뢰를 쌓아갔다.


지난해 11월 라이벌 은행과의 빅 매치가 있었다. 우리은행은 최선을 다하고도 아쉽게 지고 말았다. 이날 구단에서는 선수단에 나름 파격적인 격려금을 지급했다. 선수들이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고, 몸을 사리지 않고 뛰었다. 곧 바로 승리가 뒤따랐다.

이런 일도 있었다.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위한 마지막 1승을 남겨 놓고 전주원 코치가 갑자기 모친상을 당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구단이 나서 그야말로 상주 노릇을 했다. 장지 선정부터 발인까지 모른 걸 챙겼고 은행장 차로 영정을 모셨다. 전 코치는 상중임에도 경기장에 나와 선수들을 독려했고, 선수들은 돌아가신 어머니 영전에 우승컵을 바치는 것으로 보답했다.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통합 우승 후 우리은행은 감독과 코치에게 국내 최고수준의 연봉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들은 최고수준의 연봉을 거부했다. 자신들이 교만해지기 때문이란다. 이런 스포츠 지도자들이 또 있을까.

농구단 우승이후 우리은행 각 영업점들에서는 본점 인사부 쪽으로 골머리를 썩이는 직원들을 바꿔 달라는 요구가 사라졌단다. 만년 꼴찌였던 농구단이 기존선수 그대로 우승한 게 자극제가 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그치지 말고 이참에 우리금융그룹 전체적으로 여자농구단을 배우는 운동을 펼치면 어떨까. 요즘처럼 어수선한 시절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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