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왜 첫화면에 주목했을까?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 2013.04.06 05:00

[조성훈의 IT는 전쟁중]<2> 플랫폼업체들의 런처경쟁

편집자주 | 흔히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합니다. 인류 사회와 과학의 발전은 전쟁과 궤를 같이해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 산업 각 분야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IT 분야만큼 격전이 벌어지는 곳도 없습니다. IT는 본질적으로 융합의 특성을 지녔는데 이는 산업간 경계를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IT에 기반한 스마트혁명은 수십년간 사랑받아온 서비스와 제품을 한순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내버렸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IT는 전쟁중입니다.

스마트폰 첫 화면 잡기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스마트폰의 첫 화면이라면 통상 잠금화면과 홈스크린을 얘기합니다. 그동안 잠금화면은 개인의 사진을 올려두거나 시간과 문자메시지 수신확인 정도로 쓰였습니다. 홈스크린은 각종 모바일앱의 아이콘을 배열하고 필요에 따라 날씨나 메일, 일정 같은 위젯을 설치해 쓰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최근 IT업체들은 이 화면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포문을 연건 바로 페이스북입니다. 페이스북은 4일(현지시간) 본사에서 '페이스북홈'을 공개했습니다.

페이스북홈은 안드로이드폰을 페이스북폰으로 바꿔주는 일종의 런처(launcher) 프로그램입니다. OS를 건드리지 않고도 배경화면을 포함한 모든 UI(사용자환경)를 페이스북 중심으로 바꿔놓는 것입니다. 별도 페이스북앱을 작동시키지 않아도 첫 화면부터 바로 친구들의 소식을 보고 내 소식을 알릴 수 있도록 만든, 페이스북 특화폰인 셈입니다.

페이스북은 10억명이 넘는 가입자 기반과 충성도를 바탕으로 PC에서 모바일로 본격적인 영역확대에 나섰고 그 무기가 바로 런처입니다.

여기서 런처에 대해 잠시 알아봅시다. 시장엔 이미 수년전부터 고런처, 아톰런처, 맥스홈런처 등 다수의 런처앱들이 출시돼 있었습니다. 런처는 단조로운 평면 UI를 3D로 바꿔주거나 다양한 꾸미기 기능을 제공해 기본화면에 싫증난 젊은이들이 애용해왔습니다. 그러나 런처앱의 단순 꾸미기 기능만으로는 확장성이나 수익성면에서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같은 런처의 잠재력을 IT공룡들은 은밀히 주목해왔습니다. 최근 NHN에서 분사한 캠프모바일이 '도돌런처'를 출시했고 카카오도 '카카오홈'을 개발중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다음도 버즈피아라는 전문업체와 제휴해 런처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런처에 자사서비스를 최적화시킨다면 가입자를 더 오래 묶어둘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가령 도돌런처는 안드로이드의 기본검색엔진인 구글 대신 네이버 검색기를 제공합니다. 각종 네이버 서비스를 초기화면에서 제공해 네이버로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카카오역시 카카오홈을 통해 자사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 등을 앞세울 것으로 보입니다. 수년전부터 회자돼왔던 페이스북폰이나 네이버폰, 다음폰 등 특정 서비스 전용휴대폰과 같은 맥락입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런처서비스가 모바일 경험의 첫 관문이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과거 PC시절에는 네이버와 다음과 같은 인터넷포털이 PC인터넷의 첫 화면을 장악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라는 겁니다.

↑ 도돌런처


런처를 통해 본격적인 국내외 플랫폼 업체들의 스마트폰 주도권 경쟁이 시작된 것입니다. 런처는 앞으로 강력한 모바일서비스 플랫폼으로서 OS(운영체제)의 영향력을 축소시킬게 뻔합니다. 안그래도 스마트폰 기기를 장악한 삼성전자와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콘텐츠 장터를 만든 아마존에 경계심을 품고 있던 구글로서는 각종 런처의 등장에 또다시 뒤통수를 맞게 됐습니다. 깐깐하기로 소문난 애플은 iOS에 깔리는 런처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만큼 이 상황을 고소해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앞으로 사용자들이 런처 서비스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무엇보다도 플랫폼업체들이 런처를 통해 지나치게 자사 서비스만을 강요한다면 거부감을 일으킬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SNS에 별 관심이 없거나 자주 쓰지는 않는 사용자라면 런처는 무용지물입니다.

결국 런처를 통한 스마트폰 첫 화면 잡기 경쟁의 요체는, 타사보다 앞서고 화려한 서비스라기보다는 사용자의 마음을 얼마나 정확하게 읽느냐, 그리고 중용의 미덕에 달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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