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서울대 재학생인 이두희 씨(사진)는 학교 전산망 보안이 취약하다고 수차례 얘기를 했지만 대학측이 이 경고를 무시하자 자신이 해킹을 하고 이를 언론에 제보했던 것. 이 씨는 이 일로 제적 위기에 몰렸었다. 하지만 담당 교수의 간청으로 다행히 징계를 면했다. 이후에도 이 씨는 대형 블로그 사이트 '이글루스'의 관리자 계정을 빼내는 등 천재 해커로 이름을 날렸다.
이들 사건에 대해 이 씨는 "그냥 뚫을 수 있을까 궁금해서 시도해봤다"며 웃었다. 현재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 씨의 엉뚱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학부시절 와플스튜디오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서울대 익명 강의평가 사이트 'snuev.com'을 만들어 회원 수 3만명이 넘는 커뮤니티로 키웠다.
2011년에는 벤처기업 '울트라캡숑'을 공동창업해 대학 커뮤니티 클래스메이트 서비스를 내놨다. 이 회사는 8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카카오로부터 20억원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씨는 울트라캡숑의 모든 지분을 정리하고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서울대 내 비전공자를 위한 프로그래밍 동아리 '멋쟁이사자처럼'(http://www.likelion.net/) 창립이다.
"울트라캡숑에서 제 역할은 CTO(최고기술책임자)였고, 회사를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십개 회사에서 CTO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기술을 담당하는 CTO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벤처의 사업전반을 직접 경험하고 싶었습니다"
이 씨는 멋쟁이사자처럼 창립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전공자들도 IT벤처 창업이 어려운데 비전공자들이 어느 세월에 프로그래밍을 배워서 IT서비스를 내놓겠느냐"고 묻자 자신감을 보였다.
이 씨는 "HTML(웹문서) 언어도 모르는 미대생 2명에게 프로그래밍을 가르쳐봤는데 빠르게 습득하더라"며 "멋쟁이사자처럼에는 비전공자들을 돕는 프로그래밍·디자인 인력 6명이 있기 때문에 오는 7월부터는 바로 서비스 제작에 들어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수의학과 학생부터 약대, 영문과, 미대 등 다양한 전공 학생들이 각각 전문분야에 특화된 아이템을 갖고 왔습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당장이라도 빨리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요."
이달 초 27명의 동아리 구성원을 확정한 멋쟁이사자처럼은 올 한해 강행군에 나선다. 프로그래밍 교육은 물론 올해 안에 서비스도 내놓겠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기존 프로그래밍 전공자들은 개발에는 능할지 모르지만 다양성이 부족해 틀에 갇힐 수 있다"며 "비전공자들이 각 분야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에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더해지면 놀라운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벤처지주사 '패스트트랙아시아'의 지원도 받는다. 이씨는 "동아리 회원 27명의 아이디어를 모두 서비스로 내놓겠다는 각오로 강행군을 할 계획"이라며 "물론 어려움이 많고 중간에 낙오하는 회원도 있겠지만 최소한 올해 안에 두자리수를 넘어서는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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