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채권단에 SOS, '자율협약' 맺는다

(종합2보)유동성 압박에 강덕수 회장 '백기'...자율협약 후 고강도 구조조정 예고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STX조선해양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한다. STX그룹은 지난 해 5월 채권단과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했으나 업황 침체로 인한 재무구조 악화로 결국 핵심 계열사가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STX그룹은 2일 STX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채권단 자율협약 체결을 신청했다. 산은 등 전체 채권금융기관들은 이날 오후 회의를 열어 STX조선해양의 재무구조와 유동성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채권단은 조만간 서면결의 등을 거쳐 STX조선해양의 채권단 자율협약 여부를 최종 확정한 후 구체적인 지원 방식을 결정할 계획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자체 유동성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개별 은행의 지원으로는 자금 공급이 정상화될 수 없어 채권단의 공동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자율협약이 이뤄지면 일괄 만기연장, 기존 여신 비율에 따른 공동 추가 자금지원 등이 추진된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강덕수 회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STX그룹을 재계 11위(공기업 제외)까지 초고속 성장시켰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주력사업인 조선과 해운의 업황 악화로 경영위기에 처하자 자산 매각, 자본 유치 등 자구노력을 진행해왔다. STX는 해외 자회사인 STX OSV 매각, STX에너지 일부 지분 매각을 통해 지금까지 1조1300억 원의 신규자금을 확보했다. 지난해엔 STX메탈과 STX중공업 합병작업을 완료해 지분 일부를 매각할 계획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선시장 불황에 따른 선박가격 하락과 선박대금 결제조건 악화, 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회사채 발행 난관 등 경영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STX조선해양의 유동부채 규모만 11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한 해 지출된 이자비용은 2653억 원에 달했다. 해운 계열사인 STX팬오션 매각 무산과 중국 STX다롄 자본유치 지연도 악재로 작용했다.

업황부진으로 실적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STX조선해양은 6986억 원의 영업손실과 7820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특히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규모가 6500억 원에 달해 채권단의 경영 간섭을 무릅쓰고 긴급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STX그룹 관계자는 "1400개, 6만 명에 이르는 협력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3만5000명에 달하는 회사 종업원들의 고용유지를 위해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이라는 내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자율협약은 채권단이 기업과 자구노력 등에 대한 협약을 맺어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조조정 방식의 하나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비해 기업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산업은행과 STX조선해양은 조선업의 특성상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기 힘든 만큼 채권단 자율협약을 추진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은 여신 중 선수금환급보증(RG) 규모가 큰데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사실상 채무불이행 상태로 간주돼 발주처로부터 선수금환급 요구가 이어질 수 있어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 지난해 말 기준 STX조선해양의 RG규모는 5조1000억원이다.

STX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은행협의회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주요 경영 사항을 공동 협의할 계획이다. 자율협약 약정 체결 후에는 추가 자산 매각 등의 경영정상화 계획을 이행할 방침이다.

STX그룹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은 수주 잔고만 159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4대 조선소로서 글로벌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며 "향후 조선시장이 회복되면 자율협약 조기 졸업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