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 세계1위 STX조선, 채권銀에 손벌린 이유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13.04.02 16:06

정상영업에도 조선업 침체 실적부진·유동성고갈..워크아웃수준 강도높은 공동관리받을듯

세계 4위 조선업체인 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에 따른 채권단 공동관리를 신청한 것은 자산매각이나 자본유치 등 그간의 자구노력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STX그룹은 지난 해 주채권은행과 재무개선약정을 체결하고 경영 정상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상선 시장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에 유동성이 바닥나고 자본유치 작업도 지연되자 결국 채권단에 도움을 손길을 요청했다.

STX조선은 지난 해 전 세계에서 일반 상선분야 수주 1위(116척, 298만CGT)를 기록할 정도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해 왔다. 수주 잔고만도 159억 달러에 이른다. 문제는 업황 침체로 인해 수주를 따내도 현금은 들어오지 않아 실적 부진과 유동성 고갈의 함정에 빠졌다는 점이다.

STX조선은 지난 해 6989억 원의 영업손실과 782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상선시장 침체로 선박가격이 급락한 영향이 컸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가격이 떨어져 배를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했다. 2009년 이후 건조대금의 절반 이상을 선박 인도 시점에 지급하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선박대금 결제 조건이 변경된 것도 현금 흐름에 악영향을 줬다.

실적 부진과 유동성 부족이 겹치면서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됐다. 지난 해 말 기준 STX조선의 연결기준 부채 총계는 12조1970억 원에 이른다. 전년보다 5000억 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대규모 차입 부담도 크다.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자금만 6500억 원 규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의 회사채 만기가 5월부터 7월까지 특히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안다"며 "채권단 지원이 없을 경우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재무구조는 갈수록 악화되는데 반해, 자산매각이나 자본유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 했다. STX는 해외 자회사인 STX OSV와 STX에너지 지분 일부를 매각해 1조1000억 원의 신규자금을 확보했다. 그러나 중국 계열사인 STX다롄 자본유치나 지난해 합병한 STX메탈과 STX중공업 일부 지분 매각 등은 아직 성사되지 않은 상태다.

금융업계에선 STX조선해양의 자금 사정이 크게 악화된 만큼 사실상 워크아웃 수준의 자율협약을 맺고 채권단 공동관리 하에서 경영 정상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소는 RG(선수금환급보증) 문제로 워크아웃이 어렵다"며 "STX조선해양도 워크아웃이 맞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자율협약 쪽으로 얘기가 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받아들일 경우 강덕수 STX 회장에게 강도 높은 자구계획과 손실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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