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중년男의 말로, '삼식이' 아빠의 슬픔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 2013.04.01 11:02

[웰빙에세이]버림받은 남자-2 / 여자 눈 밖에 나면 황혼에…

밖에서 잘 나가고 돈 좀 번다고 안에서 큰소리 땅땅 치던 남자들이 은퇴하고 집에 들어앉으면 갑자기 기가 팍 죽는다. 잘 나가던 일은 종쳤고 돈도 벌지 못하니 큰 소리 칠 게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고, 안에서 챙겨 먹지도 못하니 여자로서는 참 처치곤란이다. 여자야 평생 살림한 솜씨로 후딱 챙겨 먹고, 슬슬 밖에 나가 놀려는데 곁에서 삼시 세끼 챙겨달라는 '삼식이' 남자가 붙어 있으니 아주 성가실 수밖에 없다.

다음은 중년 남자들이 은퇴한 다음 거치는 세계 4대 대학이란다.

- 1년차 하바드대 : 하루 종일 바쁘게 드나든다.
- 2년차 하와이대 : 하루 종일 와이프 옆에 붙어 있는다.
- 3년차 동경대 : 동네 경로당을 드나든다.
- 4년차 방콕대 : 방에 콕 박혀 있는다.

나야 하루 두 끼 체질로 바꿨으니 삼식이 보다는 낫지만 삼식이든 두식이든 은퇴한 중년 남자들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무엇보다 자기 여자 눈 밖에 나지 않도록 행동거지를 조심하라. 스스로 챙겨 먹을 수 없으면 뭐라 불리든 호칭도 감수하라. 집에서 한 끼 먹는 남편은 일식씨, 두 끼 먹는 남편은 이식군, 세끼 먹는 남편은 삼식이 새끼. 헐! 집에서 한 끼도 먹지 않는 남편이 되어야 사랑받는다. 영식님~~ 세끼 다 달라면 아침엔 인디언밥, 점심엔 사또밥, 저녁엔 고래밥 준단다.

요즘 중년 여자들의 분위기가 이렇다니까 남자들은 상황 파악을 잘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돈을 벌어다 주는 것으로 모든 것이 통했다. 하지만 그것이 결국 제 발목을 잡는다.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하면 아무 것도 통하지 않는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다.


경제권은 애초부터 남자에게 없었다. 남자는 열심히 돈을 벌었을 뿐이다. 진짜 중요한 지갑은 여자가 쥐고 있었다. 소비 지출 권한은 전적으로 여자의 것이었다. 다 큰 아이들도 힘 있는 엄마가 아쉽지 힘 빠진 아빠가 궁하지 않다. 이제 아빠는 식구들의 덤이다. 자칫하면 왕따 당한다.

아, 고단한 중년 남자의 말로여! 남자는 그동안 모든 걸 돈으로 때우면서 몸으로 때우는 일을 하나도 익히지 못했다. 첨단 도시 문명에 젖어 야생과 아날로그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몸을 놀려 보지 않았으니 몸놀림이 둔하다. 눈치로 따라잡고, 눈썰미로 해결하고, 솜씨로 가꾸는 일은 더더욱 못한다. 그건 여자들이 갈고 닦았다. 이제 부부의 권력 관계는 역전된다. 여자 눈 밖에 나면 황혼에 버림받을 수 있다.

시골로 오니 몸으로 때워야 할 일이 아주 많다. 몸놀림이 필요하고 눈치, 눈썰미, 솜씨가 요긴하다. 그래도 그런 일을 슬슬 피하면서 지냈다. 착한 우량남자들을 흉보면서 노닐었다.

하지만 어느 한 구석이 찜찜하다. 개운치 않다. 마침내 배신의 계절인가? 나도 이제 착한 우량 남자를 본받아야 할까보다. 여자 부재중에도 잘 살 수 있는 생존능력, 아니 여자와 함께 '인생 2막'의 권력을 나눌 수 있는 명실상부한 자립능력을 갖춰야 할까 보다.

나이 50에 일을 멈추고 한두 해 열심히 놀았으니 이젠 노는 것과 일하는 것에 너무 금 긋지 않고 살 때도 됐다. 놀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놀고, 아니 노는 듯 일하고 일하는 듯 놀고! 이 정도 경지로 가야 '버림받은 남자'의 공포에서 자유롭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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