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韓매장 앞 1000명 밤샘대기, 무슨일?

머니투데이 도쿄(일본)=전혜영 기자 | 2013.03.29 05:40

[화장품 한류로드를 가다](3)일본/ 디테일한 현지화 성공비결

2011년 11월 3일 새벽 2시, 도쿄의 '패션 일번지' 신주쿠에서도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쇼핑몰 '루미네 이스트' 앞. 아무 것도 볼 것 없는 불 꺼진 매장 앞으로 20∼30대 젊은이들이 줄지어 몰려들었다.

오전 7시, 정식 오픈을 하려면 세 시간이나 남은 시각이지만 대기인원은 어느덧 1000여명으로 늘어났다. 지하 1층 매장 앞에서 시작된 줄은 복도를 한 바퀴 돌고도 모자라 일층 연결통로까지 이어져 장사진을 이뤘다. 아닌 밤중에 일어난 진풍경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타고 전해지자 뒤늦게 방송국 카메라까지 출동했다.

요란한 소동은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하우스 일본 1호 매장에서 일어났다. 한류 스타를 초청한 오픈 행사도 없었고, 방문만 해도 선물을 주는 푸짐한 이벤트도 없었다. 선착순 200명에게 오픈 기념 화장도구 패키지와 샘플북을 나눠준 게 전부인데 밤새 구름떼 인파가 몰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류는 거들뿐 '디테일의 힘'

자국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에 깐깐한 민족성까지 더해져 한국 화장품을 싸구려 취급하던 일본이 바뀌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 화장품을 써 보라고 하면 '뜨악'해하고, 고작 써봐야 한국에 관광 갔다 사온 비비크림, 달팽이 크림 정도를 '테스트' 해보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한국 제품을 찾아 쓰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에뛰드하우스 신주쿠 루미네이스트 1호점 전경.
입점벽이 높기로 유명한 이세탄·미츠코시·다이마루 등 최고급 백화점들이 한국 화장품에 '러브콜'을 보냈고, 신주쿠, 하라주쿠 등 일본 쇼핑 명소에도 한국 브랜드숍들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다.

한류바람이 있었지만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니다. 일본 현지에서 바라 본 한국 화장품의 성공 비결은 '디테일 한' 현지화다. 고자임 아모레퍼시픽 일본법인 에뛰드 사업부장은 "에뛰드의 성공 키워드는 한류 브랜드라기 보다는 즐거운 화장놀이 문화"라며 "일본 여성들이 갖고 있는 소녀감성을 자극하고, 이에 맞는 제품을 끊임없이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에뛰드하우스는 일본 여성들이 선물 주고받는 것을 좋아하고, 한정판에 특히 매력을 느낀다는 점을 착안해 다양한 패키지를 한정판으로 출시하고 있다. 에뛰드 시그니처 라인인 '프린세스 에튀아네뜨'의 경우, 일본인이 선호하는 세트를 상품화해 발렌타인 버전으로 출시한 후 글로벌 국가 중 일본에서 가장 높은 판매율을 올리기도 했다.
↑긴자 미츠코시 백화점 아모레퍼시픽 매장에서 일본인 고객이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평소 에뛰드하우스 매장을 즐겨 찾는다는 테라오 마유미상(27세, 직장인)은 "친구 소개로 에뛰드하우스를 알게 됐는데 패키지가 너무 예뻐서 자주 구매한다"며 "가격도 적당한 편이라 특별한 날 선물하기에 좋다"고 말했다.

◇없는 게 없는 시장 "튀어야 산다"

현지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확실한 컨셉트를 잡는 것이다. 일본은 시세이도, 가네보, 고세, 가오 등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한 나라다. '미용대국'으로 불릴 만큼 남녀노소 모두가 미용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제품도 '없는 것 빼곤 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강대원 LG생활건강 해외영업팀장은 "워낙 화장품이 많은 나라기 때문에 컨셉트가 뚜렷해야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다"며 "일본에는 없는 자연발효를 컨셉트로 한 '숨'과 허브 코스메틱 브랜드 '빌리프'를 일본 시장 주력 브랜드로 선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깐깐한 일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한류 스타를 모델로 기용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가급적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샘플을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명확한 컨셉트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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