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최후통첩..키프로스, 오늘 구제안 심의 개시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권다희 기자 | 2013.03.22 13:47

2대 은행 분할, 연대기금 조성 등을 담은 구제법안 심의(종합)

↑ 사진제공=블룸버그통신
유럽중앙은행(ECB)이 키프로스에 대해 오는 25일(현지시간)까지 구제금융 자구안이 승인되지 않으면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최후통첩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키프로스 의회가 22일(현지시간) 오전부터 은행권 붕괴와 유로존 퇴출을 막기 위한 법안 심의를 시작한다.

22일 외신을 종합하면 키프로스 정부는 전일 밤 천연가스 개발권과 정교회 교회 부지, 연금 펀드 등을 한데 묶어 '통합기금'을 구축해 긴급채권을 발행하는 내용 등이 담긴 9개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법안에는 이밖에도 키프로스 2대 은행 포퓰러 뱅크를 분할하는 방안도 담겨 있다. 키프로스는 이들 법안을 통해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100억유로 지원의 전제로 요구한 58억유로의 분담금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2대 은행 분할 등을 담은 구제안 발표
은행 분할은 포퓰러 뱅크의 건전한 자산은 1위 은행 뱅크오브키프로스로 보내고 그렇지 못한 자산은 '배드뱅크'로 보내는 방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배드뱅크의 예금주들이 대규모 손실을 떠안도록 해 정부의 은행권 지원 부담은 줄이고, 반면 1위 은행의 건전성은 제고해 ECB로부터 유동성은 계속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키프로스 중앙은행의 파니코스 데메트리아데스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은행 시스템은 구조조정을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파산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 뒤 이 방안으로 예금자들의 예금을 최대 10만유로까지 보증할 수 있고 은행직원 해고사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스 온라인 매체 그릭리포터에 따르면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대통령이 속한 민주전선(DISY)의 부당수는 은행분할로 23억유로가 절감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을 보기 위해선 키프로스는 은행분할 이외의 방안에서 추가로 35억유로를 마련해야 한다.

키프로스 의회는 은행이 영업을 재개할 때 현금 인출 및 국외 유출을 제한하는 자금통제 법안에 대해서도 표결을 한다. 키프로스 중앙은행은 이번주 은행 영업을 중단시켰기 때문에 휴일인 다음주 월요일 25일까지 은행은 영업하지 않는다.

◇천연가스 개발권은 터키가 제동 걸 수 있어
다만, 미개발 천연가스를 담보로 활용하려 했던 키프로스의 계획은 터키의 반대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터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에 "천연가스는 두 지역에 속해 있다"며 "이 자원의 미래는 남 키프로스의 의지에만 달려있지 않다"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법적인 수단을 논의하고 있다"며 "모든 정치적 법적 수단을 이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프로스는 1974년 그리스 계와 터키계의 분쟁 이후 남북으로 갈렸다. 1975년 남 키프로스에 거주하던 터키계 키프로스 인들이 북부로 이주하고, 북 키프로스에 살던 그리스계 키프로스 인들이 남쪽으로 이주하며 사실상 분단이 완료됐다.

1983년 북키프로스 터키공화국은 독립을 선포했지만 터키를 제외한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연안 가스전을 유럽을 향한 에너지원으로 삼고자 해 온 키프로스의 노력은 이에 대한 공동 개발권을 주장해 온 터키와의 긴장을 고조시켜 왔다.


키프로스 남부 해안에 위치한 아프로디테 천연가스 전에는 2000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시가로 80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이 정도의 천연가스 매장량은 유럽연합(EU)의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의 40%를 커버하고도 남는다.

◇구제안 의회 통과 뒤 '트로이카'와 합의해야
키프로스는 법안을 통과시킨 뒤 오는 25일까지 유럽연합(EU) 및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전일 성명에서 "정책위원회가 키프로스 은행권에 대해 오는 25일까지만 긴급유동성지원(ELA)를 유지하기로 했다"며 "25일 이후에는 EU와 IMF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으로 키프로스 은행들의 지불능력이 담보돼야 ELA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키프로스 은행들은 자국 신용등급이 지난해 6월 3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피치로부터 투자부적격(정크) 등급으로 강등당한 뒤 ECB의 긴급유동성을 제공받고 있다. ECB는 지난 1월에 ELA를 두달 간 연장하기로 했으며 이달에 추가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ECB의 긴급 유동성 공급이 중단되면 키프로스 금융권의 줄도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전일 밤 화상회의를 연 뒤 성명을 발표했다. 유로그룹은 "키프로스 의회가 국가 부도사태를 면하기 위해서는 속히 국제 채권단과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며 "키프로스 정부가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면 구제금융에 대해 새로운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의 협상은 아직은 성과물이 없다. 금융 지원 요청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 중인 미할리스 사리스 키프로스 재무장관은 러시아는 키프로스 에너지산업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지만 차관을 제공하는 방안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러시아 관영통신 리아 노보스티는 러시아가 통합기금에 참여하는 방안은 논의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신용평가기관인 S&P는 21일 키프로스의 국가신용등급을 종전 'CCC+'에서 'CCC'로 한단계 하향 조정했다. S&P는 또 키프로스의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앞서 S&P는 지난해 12월 키프로스의 등급을 'B'에서 'CCC+'로 낮춘 바 있다.

앞서 유로그룹과 키프로스 정부는 키프로스 측이 요청한 구제금융 170억유로보다 적은 100억유로를 지원하고, 키프로스 은행예금에는 부담금을 부과해 58억유로를 조달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부담금 부과 방침으로 키프로스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키프로스 의회는 지난 19일 구제금융안을 부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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