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가 허용한' 식품 만들어라

머니위크 문혜원 기자 | 2013.03.28 10:38

[머니위크]18억 깐깐한 입맛잡기 프로젝트…식품업계 '할랄인증' 가속도

"1000조원 무슬림시장을 잡아라."

식품업계가 무슬림시장 공략을 위한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 전세계 무슬림 인구는 약 18억명으로 전체 인구의 4분의 1에 달한다. 이들이 먹고 입고 쓰는 데 소비하는 시장규모는 2조1000억달러로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그중 식품시장은 약 7000억달러(한화 약 850조원)로 추정된다. 이는 연간 40조원 안팎인 국내 식품시장의 약 22배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다.

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할랄인증'이 필수다. '할랄'이란 '허용하다'는 뜻으로 할랄은 이슬람의 율법에 부합한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비로소 획득할 수 있다.

국내 식품업계는 올 3월 CJ제일제당이 햇반, 조미김, 김치 등 30개 품목에 대해 말레이시아 이슬람개발부(JAKIM) 할랄인증을 받았고, 앞서 남양유업의 '멸균초코우유', 농심의 '신라면' 등이 할랄인증을 통과했다.

◆ 무슬림시장 진출, 왜 더뎠나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할랄인증이 시작된 건 2011년. 이미 다국적기업 네슬레가 1992년부터 할랄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과 비교해 크게 뒤처진다. 네슬레는 현재 전세계 85개 공장과 154개 제품이 할랄인증을 받았다. 이밖에 버거킹, KFC, 까르푸, P&G 등 다국적기업들이 중동과 동남아의 이슬람국 뿐만 아니라 유럽 내 무슬림을 겨냥해 할랄인증에 나섰으며, 이 시장을 신개척 분야로 선정해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할랄인증 건수가 늘고는 있으나,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국내 할랄인증 컨설팅업체인 펜타글로벌의 방해룡 상무는 "국내에서는 할랄에 대한 개념이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할랄은 한 제품뿐만 아니라 모든 원재료와 공장의 가동 라인에서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할랄인증이 없는 제품은 아예 장바구니에 넣지도 않는 무슬림 관습상 인증이 필수적이었음에도 맹목적으로 수출이 이뤄지기도 했다. 일례로 말레이시아는 인구의 70~80%가 무슬림이고, 인도네시아의 무슬림은 98%에 달한다. 그럼에도 일반 제품만 수출해왔으니 국내 기업으로서는 20% 혹은 단 2%의 시장만을 보고 수출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국내 식품업계가 이슬람시장 개척을 등한시했던 것이다.

◆ 같지만 다른 할랄인증

할랄인증은 인증기관도 여럿이고, 국가별로도 조건이 상이하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국가인증기관인 JAKIM할랄인증 외에는 국민들 사이에서 외면 받는 분위기다. TV광고 등을 통해 JAKIM할랄인증 만이 정통하다고 소비자에게 알리고 있고, 실제로 인증절차도 다른 나라에 비해 복잡하고 까다롭다. 인도네시아는 MUI할랄인증을 받아야 한다.

코트라 관계자는 "수출 대상국가의 보건의료당국에서 해주는 인증이 가장 확실한 것"이라며 "국내 이슬람 단체의 할랄인증이 현지에서는 인정이 안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식품회사가 국내 한국이슬람중앙회(KMF)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KMF 할랄인증은 카타르나 요르단 등 기준이 덜 까다로운 나라에서는 허용될 수 있지만 그밖의 무슬림 국가에서는 인정을 받기 어렵다. 현재 농심을 비롯해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등의 식품기업이 KMF를 통해 인증을 받았다.


KMF인증은 최초 1개 품목에 대해 50만원과 할랄 제품의 청구서(invoice)상 수출금액의 0.1%에 해당하는 저작권료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인증비용을 지불했지만 정작 무슬림 국가에서는 외면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농심에 따르면 무슬림에 판매되는 자사 식품 판매량은 2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농심 관계자는 "무슬림시장은 주력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깊게 투자하지 않았다"며 "수출은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KMF 측도 국내인증이 일부 국가에서는 허용되지 않음을 인정했다. KMF 관계자는 "다른 무슬림 국가에서 적용이 안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교차인증이 되도록 절차를 밟고 있다"며 "JAKIM 등과 서로 윈윈하도록 인증을 벤치마킹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JAKIM이나 MUI 등의 인증은 워낙 까다롭기 때문에 교차인증을 허용해줄지 미지수"라며 "국내 식품업계가 할랄인증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식품업계가 전세계적으로 정통한 할랄인증을 받더라도 그 과정에서 사용되는 원재료가 모두 수입산인 것은 앞으로 식품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는다. 까다로운 할랄인증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원재료나 공장시설 등 가공공정 전반에 걸쳐 할랄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국내에서는 할랄인증을 위한 원재료까지 충족시킬 수 없어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해룡 펜타글로벌 상무는 "무슬림시장을 제대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할랄인증을 받는 것뿐 아니라 우리의 원재료를 더욱 잘 이용할 수 있는 토대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할랄인증 기준은?

할랄(Halal)의 사전적 의미는 이슬람법에 따라 '허용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슬람법에서 금지되는 것은 '하람'(Haram)이라고 한다. 모든 종류의 채소, 과일, 곡류 등 비육류성 식품과 모든 종류의 해산물이 할랄이다. 육류는 주로 양, 소, 닭 등 허용된 고기로 한정되며 '신의 이름으로'라는 주문을 외운 뒤 단칼에 정맥을 끊어 도살하는 등 할랄에서 허용된 방법으로 도축된 것만 할랄식품으로 인정된다. 과자, 빵, 주스 등 가공식품도 돼지나 알코올 성분이 없어야 한다.

식품 원료의 재료가 되는 1차 원재료까지 철저히 점검하는 데다 알코올의 경우 제조장비 소독제라 할지라도 일체 사용이 금지되는 등 그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도 실사과정에서 인증에 실패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품의 할랄 상태는 공장을 현장조사하는 것뿐 아니라, 원료의 할랄 상태를 어떻게 항상 유지 및 감시하는지를 검사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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