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옆에 미술관이 있는 삶

머니투데이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2013.03.23 10:11

[최보기의 책보기]'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정치는 생활을 바꾸고, 예술은 사람을 바꾼다. 그러므로 예술을 말하는 책을 읽는 사람은 '만들어지고 바뀌어지는' 두 가지를 모두 얻을 수 있다.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방송국 문화부의 중량급 기자이다. 오랫동안 예술 분야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과정에서 하나 둘 넓혀져 간 안목, '평범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원고를 쉽게 써야 하는 기자의 속성, 무엇이 시청자들에게 뉴스가 되는지를 날카롭게 잡아내는 촉이 더해지면 결론적으로 초보자의 예술감상법을 위한 67 가지의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저자는 과거 서울역의 노숙자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지원과 자극에도 노숙을 벗어나지 못하던 사람이 처절함을 견디는 뜻을 담은 '그림'을 본 후 번개 치는 듯 자각을 하고, 인문학 강의를 들으며 '재기'를 다지게 되는 과정을 보면서 '예술작품 감상의 중요성'의 정리에 나섰다.

물론 우리가 주변에서 한 번쯤 들었거나 보았던 예술의 장르는 모두 담았다. 예술교육과 예술 감상, 정책 등에 대한 저자의 전반적인 의견과 함께 서양화, 한국화, 사진, 클래식 음악, 오페라, 판소리 중심의 국악, 무용, 연극, 뮤지컬 감상법까지가 책의 전반적 구성이다.

저자의 생각에 예술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그 작품에 대한 알파에서 오메가까지의 지식을 좔좔 외우는 일이 아니다. 기본자세는 작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마음이다. 일부러라도 '주인공과 동일한 감정에 빠져 보는 것(감정이입)과 여차하면 감탄을 늘어놓는 것'이다. 모처럼 연극을 보면서 '주인공 네가 아무리 그래 본들 어디 내가 웃나 봐라'는 마음부터 버려야 한다. (실제 그럴 양이면 시간과 돈 아깝게 극장에 갈 이유도 없다.)


그리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자유롭게 작품을 해석하고, 느끼고, 감탄하는 것은 얼마든지 좋다. 그것이 차라리 딱딱한 플라스틱 자를 들고 작품을 이리저리 재단하는 평론가들의 '난해하거나 이해 못할 해석'보다 값질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베토벤의 교향곡 번호와 제목을 굳이 외워야 할 이유도 없다. 그저 보거나 듣고서 좋으면 좋은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가장 빨리 훑는 방법은 시대 순으로 대표작가의 명곡 2-3개를 자주 듣다, 동시대 작곡가들로 레퍼토리를 천천히 확장해 나가는 것이 좋다.

◇예술감상 초보자가 가장 알고 싶은 67가지=김소영 지음, 소울메이트 출판, 380쪽, 1만8000원.

최보기(thebex@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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