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소국 키프로스, 유럽 재정위기 핵으로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3.03.20 16:57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작은 섬나라 키프로스가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금융 조건으로 은행 예금에 세금을 물리라고 요구한 게 화근이 됐다. 키프로스 의회가 19일(현지시간) 구제금융안을 전면 거부하면서 키프로스 사태는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유로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2%밖에 안 되는 키프로스가 어쩌다 세계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린 걸까.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무엇보다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우려 탓이다. 유로존과 IMF는 키프로스에 구제금융 분담금으로 예금에 세금을 물리라고 요구하면서 예금자 보호에 대한 믿음을 깼다.

키프로스 재무부가 이날 내놓은 개정안에 따르면 2만유로 미만의 예금에는 분담금을 물리지 않고, 2만~10만유로의 예금은 분담률이 6.75%, 10만유로가 넘는 예금은 9.9%다. 예금주들은 분담금만큼 은행 지분을 받는다.

투자자들은 키프로스 사태가 선례가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이런 우려는 키프로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 전 세계로 뱅크런을 확산시킬 수 있다. 재정위기와 은행위기에 대처와 관련한 유럽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1930년대 대공황이 깊어진 것도 예금자 보호 개념이 없었던 상황에서 뱅크런이 확산된 결과였다.

네덜란드 재무장관 등이 나서 키프로스는 예외적인 경우라고 강조했지만, 투자자들은 키프로스의 선례가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10만유로(약 1억4400만원) 미만의 소액 예금주들도 과세 대상이 됐다는 데 주목했다. 이는 세금 회피를 위해 키프로스 은행에 자금을 넣어둔 외국인이나 부자들 외에 일반인들에게도 책임을 지우겠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유로존과 IMF는 왜 이런 강수를 뒀을까. 구제금융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키프로스와 논의한 170억유로(23조원)의 구제금융은 키프로스 경제 규모와 맞먹어 과도하다는 판단에서다.

키프로스에 구제금융이 전면 지원될 경우 이 나라의 부채는 GDP(국내총생산)의 90%에서 140%로 불어나게 된다.

더욱이 키프로스 은행들이 보유한 예금액은 GDP의 4배, 자산은 GDP의 8배가 넘는다. 이는 사상 최악의 은행 버블을 겪었던 아일랜드 은행권을 능가하는 것이다.

지난 1월 현재 키프로스 은행이 보유한 예금은 680억유로로 이 가운데 430억유로는 현지인들의 것이다. 나머지 예금의 상당액은 러시아인들의 계좌로 추정된다.

러시아 자금을 둘러싼 키프로스의 조세 회피국 이미지도 구제금융에 대한 독일과 네덜란드의 반감을 부추겼다. 이들은 방만한 키프로스 은행권에 자국 납세자들의 돈을 쏟아 붓는 데 난색을 보였다. 170억유로가 키프로스에 지원되면 절반이 넘는 90억유로가 은행권 자본 확충에 쓰일 예정이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콘서트 취소하려니 수수료 10만원…"양심있냐" 팬들 분노
  2. 2 [영상] 가슴에 손 '확' 성추행당하는 엄마…지켜본 딸은 울었다
  3. 3 '100억 자산가' 부모 죽이고 거짓 눈물…영화 공공의적 '그놈'[뉴스속오늘]
  4. 4 속 보이는 얄팍한 계산…김호중, 뺑소니 열흘만에 '음주운전 인정'
  5. 5 [단독] 19조 '리튬 노다지' 찾았다…한국, 카자흐 채굴 우선권 유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