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ABCP약정 7.8조..유동성 리스크 우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3.03.20 08:44

최근 3년새 3배 급증...시장악화로 중소형 증권사 유동성 리스크 빠질 수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이후 부동산 PF ABCP(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ABCP 매입약정을 맺은 증권사에 대한 재무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행 건설사가 차환발행에 실패할 경우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으로 유동성 리스크가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41개 증권사의 ABCP 매입약정 규모는 7조8000억원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말 2조8000억원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한화투자·신영·HMC투자·KB투자증권 등 자기자본규모 5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인 중소형 10개사의 매입약정 규모가 3조7970억원으로 2.9배 이상 증가했다.

ABCP 매입약정이란 ABCP 만기에 차환이 되지 않을 경우 증권사가 대신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해준다는 약속이다. 일반적으로 ABCP는 3개월이나 6개월 단위로 차환발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증권사 입장에선 우발부채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최근 ABCP 시장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연이은 건설사 부도 사태와 ABCP 주요 투자자인 저축은행의 부실 여파로 차환발행이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미 채권시장의 '큰손'인 우정사업본부를 비롯해 상당수 기관투자자가 올해 ABCP 만기를 연장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4월 4조3000억원, 5월 4조5000억원, 6월 1조6000억원 등 오는 4~6월에만 ABCP 만기가 10조원가량 몰려 있다.

ABCP 차환발행 불발로 매입약정이 현실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형 증권사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기자본이 적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수 백 억원 규모의 매입약정에도 흔들릴 수 있다.

일부 중소형사가 건전성 저하로 자금조달에 차질을 빚을 경우 업계 전체로 유동성 리스크가 번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가뜩이나 주식시장 거래대금 위축으로 실적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상황에서 ABCP발 증권가 구조조정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중소형 10개사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ABCP 매입약정 비율이 지난해 9월말 현재 평균 55.5%에 달한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현재 거래대금 수준으로는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자본구조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건설사 ABCP 우려까지 겹치면서 금융투자업 자체의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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