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는 봄철 여러분의 심장을 노린다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 2013.03.23 08:10

[이지현의 헬스&웰빙]봄철 심혈관 질환 예방과 응급조치

최근 배우 강태기씨가 협심증으로 인한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각종 심혈관 질환과 돌연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심혈관 질환은 주로 겨울에 발병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실내와 바깥의 온도차이가 심한 겨울엔 혈관질환으로 인한 갑작스런 사망이 늘어나는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 같은 인식과 달리 최근 각종 심혈관 질환이 겨울보다 봄에 더 많이 발생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세브란스병원이 최근 2년간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조사한 결과 3~4월 환자수가 겨울(12, 1, 2월) 평균보다 많았다.

병원에 따르면 2011년 3~4월 평균 외래 환자수는 4128명으로 겨울 평균 3976명보다 3.8% 많았다. 2012년 3~4월 평균은 4193명으로 겨울 4044명보다 3.7% 많았다. 기온이 올라가는 봄철, 심혈관 질환자가 더 많았던 셈이다.

◇봄철, 기온변화 심해 심장질환 위험 높아져=이에 대해 최동훈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봄철 극심한 일교차에 우리 몸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주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기온 변화가 심한 환절기에는 심장과 혈관 기능을 조절하는 교감-부교감 신경의 균형이 깨져 혈관이 과도하게 수축되기 쉽다.

이것이 반복되면 심혈관의 좁아진 부위에 혈전(피떡)이 달라붙어 혈액의 흐름을 차단한다. 자연히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허혈성 심장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겨울에는 추운 날씨 때문에 바깥 활동을 할 때 두꺼운 옷을 입고 목도리, 모자, 장갑 등을 착용하는 등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봄에 날씨가 풀리면 가벼운 옷차림으로 바깥에 나가는 일이 많아진다. 스스로 체온을 조절해야 한다는 인식이 약해지면서 찬 기온에 노출되는 일이 늘고 혈관 역시 심하게 수축할 수 있다.

최 교수는 "겨울철엔 추위 때문에 운동량이 크게 줄어 몸의 각종 기능이 떨어진다"며 "이 상태에서 갑자기 무리한 등산이나 마라톤 등 외부 활동을 해 몸에 과부하가 걸리면 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장 혈관에 문제 생기는 관상동맥 질환=심혈관 질환이 위험한 이유는 최악의 경우 사망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장이 뛰기 위해선 혈관을 통해 끊임없이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받아야 한다. 이 역할을 하는 혈관이 바로 관상동맥(심장동맥)이다.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세포 뿐 아니라 심장근육에도 영향을 준다.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에는 안정형 협심증, 이형협심증, 급성관상동맥증후군 등이 있다.

안정형 협심증(Stable angina)은 운동을 하거나 가파른 계단을 오를 때처럼 갑자기 산소요구량이 많아졌을 때 오는 질환이다. 이 같은 원인이 없으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활동이 흉통을 일으키는지 예측할 수 있으므로 돌연사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형협심증(Variant angina)은 분명한 원인이 없이 갑작스럽게 관상동맥 혈관에 경련이 일어나 발생한다. 안정형 협심증이 주로 운동을 할 때 나타나는데 반해 새벽이나 휴식 중 증상이 나타난다. 혈관 경련이 심하게 장시간에 걸쳐 일어날 경우 심장마비로 발전하기도 한다.

협심증은 혈관 속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동맥경화증이 생겨 관상동맥에 좁아져 심장쪽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가슴 통증,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다.

◇사망률 높은 급성관상동맥증후군=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Acute Coronary Syndrome)이다.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콜레스테롤판이 깨지면서 갑작스럽게 혈관이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막혀 생기는 질환이다.

장양수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급성관상동맥 증후군은 응급실이나 심장내과 등에서 질환에 대한 처치를 빨리 하기 위해 만든 명칭"이라며 "급성 심근경색증, 불안전형 협심증 등 관상동맥 질환 중 사망률이 높은 심장 질환을 모아 부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안정형 협심증의 경우 증상이 비교적 짧게 나타나지만 심장 근육이나 세포가 죽는 급성 심근경색증은 30분 이상 심한 가슴 통증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2009년 한 해 동안 약 30만9000명의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가 발생했다. 2004년보다 42.4% 증가한 수치다. 이들 질환은 환자의 10% 정도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심장마비로 사망할 정도로 사망률이 높다.

장 교수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으로 심장마비가 발생해 쓰러진 환자의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심폐소생술"이라며 "심폐소생술을 제때 한 후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환자의 15~20%가 정상으로 퇴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흡연 등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를 가졌거나 고령인 사람들은 장시간 외출할 때 가벼운 외투나 모자, 장갑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근경색증으로 쓰러진 사람에게 우황청심환을 먹이는 경우가 있는데 최대한 빨리 응급실로 옮기는 것이 최선"이라며 "심혈관이 좁아졌거나 막힌 것으로 진단되면 약물 치료를 하게 되고 필요에 따라 풍선으로 좁아진 혈관을 넓히거나 스텐트를 삽입해 치료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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