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 밥이 '닭모이용 쌀'이라니…

머니투데이 성세희 박경담 김지훈 기자 | 2013.03.19 06:10

[밥상 위의 공포 '불량식품']<1-1>아동·노인 등 약자에 집중노출 '심각'

 #경찰은 지난 5일 불량 수입쌀이 국산으로 둔갑,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경기도 하남시 A농산 창고를 급습했다. 창고에는 자동 쌀 혼합기, 재봉기, 저울, 지게차 등 육중한 기계장비들이 즐비했다.

 쌀 혼합기는 자동으로 중국산 쌀과 국내산 쌀을 자동으로 8대2의 비율로 혼합, 20kg 단위 포대에 넣어 재봉까지 한 번에 끝내주는 '최첨단' 기계였다. 혼합기에서 쏟아져 나온 쌀은 형편없었다. 경찰에 따르면 출처불명의 중국산 쌀과 3년 이상 묵은 국산 쌀, 개·고양이 사료로나 쓰이는 희나리, 닭 모이로 쓰이는 싸라기쌀 등이 사용됐다.

 포대에는 '100% 국산'이라고 표시돼 있었다. 실제로는 중국 등에서 들여와 시중에 '사람용'으로 유통될 수 없는 불량 쌀. 20kg에 최저 1만4000원에 불과한 불량 쌀은 '원산지 세탁 과정'을 거쳐 중소형 마트와 음식점, 떡집 등에 1포대 당 3만7500원에 팔렸다. 값이 3배가 뛴 셈.

 6개월 간 유통된 불량 쌀은 126톤(6325포대)에 달했다. 2012년 양곡소비량 조사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주민과 비슷한 66만명이 하루에 먹는 양과 맞먹는다.

 경찰 관계자는 "수입쌀이 어떤 품질의 쌀인지 출처가 명확하지 않아 농약 등 불순물이 없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며 "계속 판매될 경우 국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불량식품'이 사회적 화두다. 박근혜 대통령은 성폭력과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규정하고 척결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불량식품은 국민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요소로 지적받고 있다.

 저가 농수산물 등 특정 품목을 넘어 고급 음식에 속하는 한우와 곱창, 건강기능식품 등 국민들의 일상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어린이와 노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경우 불량식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軍사령부 '계룡대' 구내식당에도 불량식품이…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2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위생상태 등 식품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16.1%에 그쳤다. 국민 5명당 1명도 안 되는 비율. 절반 가량은 식품안전이 보통수준(50.5%)이라고 느꼈으며 불안하다고 답한 비율도 33.4%에 달했다.

 국민들의 식품에 대한 불안감은 1339 신고 건수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부정·불량식품 신고전화인 1339 신고 건수는 △2008년 2967건 △2010년 8050건 △2011년 8411건으로 증가 추세다.

 무엇보다 불량식품 업체에 대한 신고의 경우 취해지는 '고발'조치는 2008년 283건에서 2011년 1448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불량식품과 직결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식중독 발생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2011년 집단 식중독 발생건수와 환자 수는 249건에 7105명을 기록했다. 발생건수는 지난 3년 평균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환자수(3년 평균 6774명)는 5% 가까이 늘었다.

 식중독 사건 1건당 환자 수는 2009년 26.3명에서 2011년 28.5명까지 증가했다. 대형 식중독 사고가 발생할 수록 국민들의 느끼는 '체감 불안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발생하는 불량식품 사건은 대형 급식소와 프랜차이즈 음식점, 대형마트 등 소비자 신뢰도가 높은 곳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해 9월에는 3군 사령부가 있는 계룡대 구내식당에 중국산과 베트남산 고춧가루를 50%씩 혼합해 국내산으로 납품한 식품판매업자가 검거됐다.

 지난 2월에는 충북 청남농협 한 지점에서 한우특화거리 추진위원회와 연계해 운영하는 업소에서 2등급 한우를 1등급 한우로 속여 팔다 경찰에 적발됐다. 군 사령부나 농협에서조차 판매됐다는 점에서 불량식품은 독버섯처럼 사회 곳곳에 퍼져 있다.

 ◇ 어린이·노인 등 취약계층이 위험하다
 국민들의 밥상을 장악한 불량식품은 어린이와 노인, 저소득계층 등 '약하고 없는 사람'들이 주로 타깃이 된다는 점도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어린이는 면역력이 약해 불량식품에 노출될 경우 탈이 날 확률도 높다. 통계청 '2012년 사회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48%)이 학교 주변 음식에 '불안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도 마찬가지다. 판단력이 흐린 노인들을 속여 불량식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지난 2월 강원도 춘천에서는 노인층을 상대로 경품을 제공하며 저가의 건강기능식품을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것처럼 속여 고가로 판매, 1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판매업자 등 6명이 검거됐다.

 저소득계층도 불량식품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싼 가격'을 내세우는 불량식품의 유혹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신권화정 환경정의 국장은 "먹거리 정의는 빈곤계층이 안전한 먹거리를 소비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아이들 역시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2세 신발 만든 지 5개월 만 파경…지연, 황재균 흔적 싹 다 지웠다
  2. 2 33평보다 비싼 24평…같은 아파트 단지인데 가격 역전된 이유
  3. 3 "명장 모셔놓고 칼질 셔틀만" 흑백요리사, '명장·명인' 폄하 논란
  4. 4 티아라 지연·황재균 이혼 인정…"성격 차이로 별거 끝에 합의"
  5. 5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쯔양 복귀…루머엔 법적대응 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