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시기상조?...'선수'들은 벌써 나섰다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2013.03.11 14:33

WSJ, 블랙록·핌코 등 FRB 금리인상에 선제 대응 박차

핌코와 블랙록, TCW그룹 등 내로라하는 기관투자가들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와 일전을 벼르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연준과 싸우지 마라(Don't fight the Fed)'는 시장의 만트라(주문)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채권시장에서 다시 글러브를 조여 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금리 인상이 임박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시작되면 매우 빠르고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인상 시기를 마냥 가늠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월 고용지표가 급반등하는 등 최근 미국의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진 것도 연준이 곧 금리를 올리고 양적완화(자산매입) 속도를 조절하는 출구 찾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연준은 제로수준(0~0.25%) 금리와 양적완화 기조를 한동안 더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도 지난달 자산을 계속 매입할 계획이라고 확인했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연준이 2월 고용지표에 만족하지 않고, 고용시장의 '상당한 진전'을 더 기다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스티븐 케인 TCW 미 채권 부문 이사는 "일단 불이 나면, 우리가 다른 이들보다 먼저 출구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연준이 금리인상에 나서면) 트레이더들이 국채 매도 주문을 다 내기도 전에 금리가 50bp(1bp는 0.01%포인트)나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응 전략은 다양하다. 금리스와프 거래나 물가연동국채(TIPS) 투자, 채권 듀레이션(채권 투자 원금의 평균 회수기간) 단축 등이 대표적이다.

일례로 블랙록의 미주 채권 부문 공동 대표인 릭 라이더는 금리 인상 위험을 피하기 위해 채권 선물 거래에서 미 국채 가격 하락(금리 인상)에 베팅해뒀다. 연초에는 15억달러(약 1조6455억원)어치의 채권 선물 계약을 청산했다.

TCW와 핌코는 채권 포트폴리오의 듀레이션을 축소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는데, 이때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가격 하락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TCW가 운용하는 메트웨스트토털리턴본드펀드의 듀레이션은 4.2년으로 경쟁 채권펀드들보다 1년이나 짧다. 핌코도 핌코인컴펀드의 듀레이션을 지난해 초 4.4년에서 지난 1월 말 3.7년으로 줄였다.


개인투자자들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변동금리채권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변동금리채권에 투자하는 뮤추얼펀드의 4주 평균 순유입액은 지난달 말 12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금리 인상 가능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이들은 현재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이라 조금만 올라도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같은 우려는 지난 1월 현실화하기도 했다. 연준이 예상보다 빨리 자산매입을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미 국채 매도세가 일더니 장기 국채 가격이 1월 첫 주에 3.1%나 급락한 것이다. 지난 1년간 힘겹게 올린 수익률 3%가 불과 며칠 만에 날아갔다.

WSJ는 금리인상 전망이 확산돼 단기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출구로 몰리면 변동성이 고조돼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난 1994년의 채권시장 엑소더스(대탈출) 기억을 상기시켰다. 당시 연준은 갑자기 긴축 기조로 돌아서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30년 만기 국채 가격은 불과 1년 만에 24% 급락했다.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출구로 몰리는 통에 연준의 1991~93년 급등했던 신흥시장 자산 가격도 급락했다. 멕시코는 이듬해 1분기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직전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문제는 '연준과 싸우지 마라'는 월가의 격언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말은 연준에 맞서면 '백전백패'라는 뜻이다.

'채권왕'으로 유명한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는 지난 2011년 연준의 양적완화 중단을 점치고 가지고 있던 국채를 모두 팔고, 공매도에 나섰다가 사상 최악의 손실을 냈다.

2011년 말 3.5%까지 반등했던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 움직임과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1%대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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