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칼럼]토빈세 도입은 소탐대실하자는 것이다

머니투데이 배선영 한국수출입은행 감사 | 2013.03.07 07:22

[배선영의 '시장의 비밀']한국에 필요한 환율정책(5)

편집자주 | (1) 고환율 드라마는 끝까지 시청해야 한다 (2) 고환율 처방의 약재는 쓰고 독하다 (3) 외환보유고 쌓기에 관한 오해와 진실 (4) 적정 외환보유고에 관한 오해와 진실 (5) 토빈세 도입은 소탐대실하자는 것이다! (6) 외환보유고 쌓기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국가신용도 상승을 계기로 자본유입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가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의 압력이 커져 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이런 경우에 그간의 경상수지 흑자 기조 유지를 위해 ‘고환율’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이론상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우선, 자본유출을 늘리기 위해 해외투자를 촉진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주로 우리나라의 민간투자자들이 리스크를 부담하는 해외투자를 정부가 억지로 늘릴 수는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장기적으로 고환율 유도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단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미국이나 일본의 예를 따라 한국은행이 양적 완화 같은 것을 추진해 통화량을 늘리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통화량의 증가가 외환수급에 미치는 효과는 간접적이어서 소기의 효과를 보려면 그 증가의 규모를 아주 크게 해야 할 것인데, 현 상황에서 그렇게 하다가는 당연히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다. 통화량 늘리기와 거의 표리관계에 있는 금리 인하 역시 마찬가지의 문제를 내포함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자본유입 자체를 억제하기 위해 토빈세를 부과하는 방법은 어떨까?

해외자본이 국내에 투자되었다가 도로 나가기까지는 환전, 국내자산 매입, 국내자산 매각, 재환전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과정 중의 외환거래나 자산거래에 부과하는 거래세 성격의 세금을 흔히 ‘토빈세’라고 부른다. 경제학자 토빈에게서 유래한 것이다.

최근의 언론보도를 보면, 우리 정부는 토빈세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고 이에 대한 찬성론자도 꽤 많다고 한다. 찬성론자들이 보는 그 도입의 효과는 이렇다.

첫째, 외국의 투자자들은 한국에 투자하면 예전에 비해 토빈세 납부분만큼 수익이 줄기 때문에 그 투자를 줄이려 할 것이고, 그래서 자본유입이 줄어들 것이다. 이것은 고환율 유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특히 단기투기성자금인 핫머니의 유입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게다가 한번 들어온 자본은 토빈세 부담 때문에 함부로 나가지 못할 것이니, 이래저래 급격한 자본유출도 줄어들 것이다. 이에 따라 환율의 급변동도 많이 완화될 것이다.


그러나, 그 도입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첫째, 우리 기업이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해당기업은 물론 우리 경제 전체의 경쟁력 상승에도 도움이 되는 일인데, 토빈세 부과는 비용을 높여 경쟁력을 하락시킨다.

둘째, 토빈세가 부과되면, 우리나라로 들어올 자본의 상당부분이 방향을 바꿔 다른 나라로 들어갈 것이고, 이미 들어온 자본도 많이 이탈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의 외환, 주식, 채권, 부동산시장은 거래량 감소로 위축될 것이다. 관련산업도 당연히 위축되어, 국민소득도 감소하고 성장동력도 잠식될 것이다. 스웨덴은 토빈세를 도입했다가 자본이 영국으로 이탈하는 바람에 철회한 적이 있는데, 이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외국자본은 그 투자리스크를 우리가 아니라 남이 부담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아주 좋은 자금이다. 후술하는 바와 같이, 그것이 설사 핫머니라도, 잘 활용하기만 하면 효용이 큰 자금이다. 이런 자본을 우리 쪽에서 마다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대한민국이 부강해지기를 바라시는 분들께서는 다음의 명언에서 많은 것을 느끼실 것이다.
“태산은 한 덩이의 흙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커질 수 있었고,
하해는 한 줄기의 물도 가리지 않았기에 그렇게 깊어질 수 있었다.”
(泰山不辭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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