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보다 시급한 '창조'는…

머니투데이 세종=박재범 기자 | 2013.03.06 15:00

[박재범의 브리핑룸]

# 이번엔 창조다. 박근혜 대통령이 던진 화두다.
관가에선 절대 가치다. 5년 뒤에도 지속될 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현재 진행형으론 그렇다. 창조가 자리잡기 위해선 과거의 무엇인가가 지워져야 한다. 늘 그래왔다. 참여정부 때 최우선 가치는 혁신이었다. 부처별로 혁신행정과가 생겼다. 혁신담당 간부도 뒀다.

이명박 정부 들어 '혁신'은 지워졌다. 지식경제를 모태로 한 '신성장'과 '녹색'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 역시 '5년 살이'였다. 정권 교체가 아닌 터라 과감한 단절은 없다지만 '조용히' 지워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진행 중인 조직 정비 과정에서 정리 대상 '0순위가 이 명칭을 가진 곳들이다. 일부에선 살아남기 위해 '창조'로 개명하는 '창씨개명'이 이뤄지고 있다.

# 사실 개념은 대동소이하다. 기존 틀을 완전히 바꿔 새롭게 만든다는 게 골자다. '변화 → 개혁 → 혁신 → 창조' 등 정부가 바뀔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지만 필부들에겐 말장난처럼 들릴 뿐이다. 물론 창조가 주는 강도가 더 세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줄곧 강조해온 단어이니 그럴 만도 하다.

최근 핫이슈인 정부조직 개편 논란 탓도 크다. 박 대통령은 '창조'를 현실화시킬 부처로 미래창조과학부를 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의 융합을 위한 기지다. 야당의 반대가 녹록치 않지만 박 대통령의 의지는 결연하다. 박 대통령은 "과학기술과 방송통신의 융합에 기반한 ICT 산업 육성을 통해 국가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은 저의 신념이자 국정철학이고 국가의 미래가 달려있는 문제"라고 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박근혜 정부의 모든 것이 걸려 있다는 듯 한 치의 물러섬도 없다.

# 창조는 필요하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정부여야 한다. 다만 부처 한개의 문제는 아닐 거다. 곱씹어보면 현재의 정부, 현재의 공적 기관은 창조와 거리가 멀다. 변화도, 혁신도 쉽지 않다. '접시를 닦다가 깨뜨리는 것은 용납할 수 있다'는 말이 되풀이되지만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정책금융기관을 한번 보자. 창조경제의 주역, 벤처 중소기업을 만들려면 이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 패러다임으론 어렵다. 이들은 투자보다 대출에 익숙하다. 정책금융기관이나 정부부처를 탓할 문제는 아니다. 시스템이, 패러다임이 그렇게 만든다. 투자한 곳이 대박을 내도 다른 한 곳이 '아웃'되면 감사원 감사를 피할 수 없다. 차라리 고만고만한 이자로 수익률을 올리는 게 '공공기관 운영에 의한 법률(공운법)'에 따른 성과 평가를 받기도 좋다.

#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 거다. 파괴를 전제로 한다. 패러다임 변화는 틀을 다시 짜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거래소의 기반조차 미미했던 시대의 경제발전과 자본시장이 커진 시대의 경제부흥은 달라야 하지 않냐는 거다. 민간이 못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게 공적 기관인데 민간처럼 성과지표(KPI)만 따지고 있다면 창조는 요원한 일이다.

감사원과 공운법은 작은 예다. 그렇다고 감사와 평가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새 패러다임에 맞춰 창조를 뒷받침할 만한 틀을 짤 필요가 있다는 거다. 창조를 가로막는 '손톱 밑 가시'는 곳곳에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게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드는 것보다 더 절체절명한 과제일지 모른다. 손발 묶어놓고 창조적 그림을 그리라고 한들 멋진 작품을 그릴 사람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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