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MWC'…'포스트 모바일' 3가지 키워드

머니투데이 성연광, 바르셀로나(스페인)=강미선,이학렬 기자 | 2013.02.28 17:19

[MWC 2013]삼성-애플-구글 독주에 다자간 경쟁체제 형성 주목

'새로운 모바일의 지평, '탈(脫) 3'에서 해답을 찾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3'가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28일(현지시각)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전세계 1500개 모바일 기업들이 참여한 이번 행사를 통해 가시화된 새로운 모바일 시장 패러다임은 크게 '탈(脫) 삼성·애플-탈 안드로이드-탈 통신'으로 압축된다.

무엇보다 애플, 구글 등 소수 권력이 독점해온 모바일 생태계를 수평적 다자간 경쟁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움직임이 뚜렷하게 감지됐다.

◇脫 삼성·애플:中 스마트폰 맹추격…재기 나선 소니
↑화웨이 '어센드 P2'(출처:화웨이)

"중국이 이 정도까지 따라올 지 몰랐다"

MWC 2013 행사장에서 중국관을 찾은 삼성전자, LG전자 임원들의 탄식이다. 화웨이, ZTE 등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은 이번 행사에서 '미친 존재감'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이번 행사기간 중 과거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탈피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전면에 내세워 삼성전자, LG전자 등을 압박했다.

화웨이는 LTE(롱텀에볼루션)보다 속도가 2배 빠른 '어센드 P2'를 공개했다. ZTE 역시 세계 최초로 파이어폭스 OS(운영체제)를 탑재한 '오픈' 을 공개했다. 또 삼성 갤럭시 노트를 쏙 빼닮은 '그랜드 메모'를 내놔 참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전시장을 찾은 국내 기업 관계자는 "과거 삼성전자를 모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기술과 디자인 완성도 면에서 이제 차이를 못느낄 정도"라며 "아직까지 UX(사용자경험)와 서비스 면에서 우리나라와 격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년 전에 비해 기대 이상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ZTE '그랜드 메모'(출처:ZTE)

특히 화웨이는 MWC 행사 기간에 맞춰 바르셀로나 공항에서부터 별도 부스를 마련하고 이동 경로에 따라 대형 광고판을 설치하는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에 국내 기업들도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박종석 LG전자 MC사업본부장은 "중국 기술력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며 "LG전자가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의 맹주 소니 역시 쿼드코어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Z’를 선보였다. 소니는 엑스페리아 Z를 전세계 60여개국에 출시해 삼성, 애플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MWC 행사를 참관한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단말기 약진과 위협적인 개별 서비스를 내세운 중국과 신규 서비스와 콘텐츠 강화로 무장한 일본 스마트폰에 맞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기업들의 경우, 통합과 융합전략을 통해 하드웨어와 서비스 시너지를 노린 게 특징"이라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는 "'아이폰' 이후 혁신 제품이 없을 정도로 스마트폰 최신 기술이 평준화되면서 당분간 서비스 차별화 경쟁으로 무대가 빠르게 옮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脫안드로이드: 구글 독점 안돼…타이젠·파이어폭스 대안 OS '주목'
↑올해 MWC2013에 전시된 대부분의 스마트 기기 OS는 안드로이드다. 그러나 타이젠 등 신규 OS들이 세를 규합하면서 안드로이드 대항마로 자리잡을 지 주목을 받고 있다. /바르셀로나 사진공동 취재단

이번 전시회의 또다른 백미는 탈 안드로이드다. 타이젠, 파이어폭스, 웹인, 우분투 등 다양한 모바일 OS들이 이번 전시회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본격적인 세 확산에 나섰다.

이 중 가장 주목을 받은 OS가 타이젠. 삼성전자, 인텔 등 글로벌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들이 연합체(타이젠 연합)을 구성해 만든 개방형 모바일 플랫폼이다.


타이젠 연합은 이번 MWC 행사에서 프랑스 이동통신사인 오렌지텔레콤을 통해 삼성전자, 화웨이가 만든 첫 타이젠폰을 유럽시장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본 NTT도코모와 KT도 타이젠폰 출시 대열에 합류키로 했다.

모질라재단도 이번 MWC에서 파이어폭스 OS가 적용한 스마트폰을 첫 공개했다. ZTE, LG전자, 화웨이, AOL 등 다양한 제조사에서 파이어폭스폰을 만들 예정이다.

모바일 OS는 단순한 기기 구동을 위한 시스템을 넘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 생태계를 창출하는 구심점이다. 그러나 애플 iOS를 제외한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구글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되면서 플랫폼 독점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현미 GSMA(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 CSO(최고전략담당자)는 "사실 통신사들이 (폐쇄적인 애플에 비해) 구글 안드로이드는 개방적이라고 생각해 안드로이드를 밀었지만, 결국 구글도 점점 사업자들에게 숨겨둔 철창을 씌우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이석채 KT회장은 "통신사가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바일 OS가 2개가 아닌 4개 이상의 경쟁구도가 존재해야 하다"며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활성화를 위해 타이젠 플랫폼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변재완 SK텔레콤 미래기술원장(CTO)도 "국내 기업들이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OS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이젠과 파이어폭스 OS가 기존 안드로이드의 대항마로 자리잡을 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 기능과 확장성 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아서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상당수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통사들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이전 시도들과는 궤가 다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脫통신: 위기의 통신사업…플랫폼·서비스 진화 '고심

"변화가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보다폰, 텔레포니카, AT&T, 차이나모바일 등 세계 정상급 통신사 CEO들이 한자리에 모였던 GSMA 임원회의(보드미팅). 이날 참석자들은 '지금이 최대 위기국면'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과거 수십년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유무선 네트워크 구축해왔지만 애플, 구글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번창하고 통신사들은 갈수록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

무엇보다 전통 통신사업에만 집착해 모바일 생태계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성의 목소리도 튀어나왔다.

지난 2010년 애플 앱스토어에 대응해 글로벌 통신사들이 'WAC(Wholesale Applications Community)'이라는 슈퍼 앱스토어를 구축했지만 사업자마다 입장이 달라 결국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평가다.

양현미 GSMA CSO는 "조인(이통사 공통 모바일 메신저) 같은 서비스들도 수익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쪽도 있다"며 "그러나 최근 네달란드 통신사인 KPN 주가폭락을 보면서 더 이상 갈등으로 지지부진해선 안된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CEO들이 전부 결의했다"고 말했다.
↑SK텔레콩이 유아용 스마트 교육 로봇을 선보이고 있다.

실제 이번 전시회에서 통신사들은 앞다퉈 '탈통신'을 내건 다양한 서비스를 전략적으로 내세웠다. KT는 디지털음원 서비스 '지니', 유아용 로봇 '키봇2', 모바일 커머스 플랫폼 '모카', 음식물 종량제 솔루션 '에코 빈 푸드' 등을 선보였고, SK텔레콤도 유아용 교육로봇과 스마트 헬스 등 융복합 서비스를 대거 선보였다.

이석채 KT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이제 통신사들은 스스로 가상재화의 제작자가 되거나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가상재화 유통사업자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뜻을 같이 하는 일부 통신회사만이라도 공동의 자유무역시장을 만들어야 하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합작사(JV)를 만들어 보자"고 글로벌 통신사 CEO들에게 제안해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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