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만화 한류'의 문을 열자

머니투데이 함욱호 대원미디어 대표 | 2013.02.15 06:11
함욱호 대원미디어 대표이사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기획홍보단은 '정책 바로알기'란 단편만화를 내놨다. 박 당선인은 지난달에는 애니메이션 '뽀로로' 시사회에 참석해 만화영화 육성을 약속했다.

돌이켜보면 선거 때마다 만화는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 덕에 킬러콘텐츠로 인정받았다. 만화산업은 그러나 실제 수혜를 크게 입지는 못했다. 만화잡지 및 단행본 위주의 출판만화시장이 침체기를 겪는 동안 소비자들은 인터넷의 무료만화인 웹툰에 익숙해졌다.

만화환경이 어려워질 때마다 떠오른 것은 우리나라 최초 TV시리즈 '달려라 하니'였다. 당시 대원미디어는 바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스케줄 틈에서도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가 만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밤을 새워 만들었다. 비록 협소한 국내시장 탓에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그래도 창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는 자부심이 어려운 시기를 버티게 해줬다.

하지만 사업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창작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리고 고민했던 것 같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움츠러들기만 하던 스스로를 번쩍 깨어나게 만들었다. 한류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벽처럼 여겼던 미국과 유럽을 공략하리라는 상상을 못했기 때문이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은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만화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OEM으로 제작하던 실력에다 열정을 담은 창작콘텐츠에 유럽시장도 뜨겁게 반응했지만 수출을 담당하던 출판만화의 생산력이 둔화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정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웹툰시장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만화수출액은 1800만달러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인터넷과 모바일플랫폼이 발달하면서 만화에는 국경이 없다는 진리를 입증한 것이다.


사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다보면 많은 난관에 봉착한다.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2년 이상의 오랜 기간이 걸리고, 통상적으로 국내시장에서 회수하는 비율이 40%를 넘기기 힘들다. 때문에 국내투자자들도 만화콘텐츠에 섣불리 투자하지 않는 분위기다. 해외로 눈을 돌리자니 문화적 할인(Cultural Discount)을 고려하다보면 스토리나 소재에 제약이 따르기도 한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3, 4년 후 소비패턴이나 트렌드를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기반에서 만화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 최소한 만화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의 변화를 줘야 한다. 대원미디어도 만화출판부터 방송까지 수직계열화, 즉 산업화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창작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이유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정서를 심어준다는 자부심과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파생되는 캐릭터시장의 규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해외시장을 우리 애니메이션이 공략할 수 있다면 그 경제적 파급효과는 기존 한류상품과 비교가 안될 것이다. 그래서 한류의 차기 주력 상품으로 애니메이션을 추천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드라마가 해외 중년층, 온라인게임과 K-팝이 세계의 젊은이를 공략한다면 애니메이션은 세계의 어린이를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때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우리나라의 문화나 캐릭터는 그들이 자라나서도 친밀감을 유지할 것이다. 문화 강대국들이 자국의 문화를 수출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이유도 이러한 문화적 친밀감과 동질감으로 인한 국가브랜드 상승이 곧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는데 있다.

중장기 전략적 차원에서라도 우리 정부는 애니메이션산업에 실질적인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류의 거대한 물결 위에 국산만화가 우뚝 설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흔들리지 않고 좋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데 열정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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