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곡에도 배경음악이 있다?

머니투데이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 2013.02.16 07:02

[노엘라의 초콜릿박스]즐김을 방해하지 않는 정도의 규칙이면 충분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서는 성경과도 같은 곡이 있다. 바로 바흐의 골든베르크라 불리는 변주곡이다. 이 곡은 90분 분량의 음악으로 그 길이를 비롯, 깊이에서 피아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곡으로 꼽힌다. 그만큼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졌을 법한 이 곡에는 놀라운 반전이 숨겨져 있다. 바흐에게는 골드베르크라는 제자가 있었다. 그는 불면증을 앓고 있는 카이저링크 백작에게 고용되어 있었는데 백작은 밤마다 잠이 들 때까지 그에게 연주를 시켰다. 매일밤 잠도 못자고 연주를 해야만 하는 제자의 고충을 덜어주고자 바흐는 백작이 조금이라도 빨리 잠들 수 있도록 이 곡을 작곡했다. 바흐의 대표 곡인 <골든베르크 변주곡>은 바로 수면용이었던 것이다.

에릭사티의 대표 곡 중 <짐노페디>라는 곡이 있다. 너무도 아름다운 선율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 곡 역시 독특한 탄생배경을 가지고 있다. 사티는 음악도 가구처럼 언제나 그곳에 있어서 선택적으로 듣거나 듣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구음악'이라는 용어를 만든 후 자신의 음악을 이 용도에 맞게 작곡한다. 그는 <짐노페디>를 연주할 때 귀 기울여 듣는 청중을 향해 '계속 말하고 움직여라, 음악을 듣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짐노페디>는 다름아닌 배경음악용으로 작곡되었던 것이다.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러 가면 자주 듣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서곡’이다. 서곡은 하나의 악장으로 만들어진 곡으로 앞으로 연주될 오페라나 발레 등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다. 음악적으로 완성도가 크기에 오페라나 발레 전체는 연주되지 않아도 서곡만큼은 독립적으로 연주되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서곡의 탄생 배경 역시 남 다르다. 당시 공연장에는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는 관객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서곡은 먼저 온 관객들을 배려하고 주위를 환기시키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며 점차 하나의 온전한 레파토리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우리는 많은 경우 우리가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이라는 굴레에 둘러싸여 본질적인 것을 놓치고 표면적인 권위에 압도되는 경우가 있다. 한때는 대중문화였던 클래식 공연이 일부 지식인의 전유물인 것처럼 치부되고, 양치기들의 놀이였던 골프가 부의 상징이 되다 못해 특정 복장에, 무슨 일이 있어도 빠져서는 안된다는 등의 도가 넘는 규칙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 등을 보면 말이다.

즐김을 방해하지 않는 정도의 규칙이면 충분하다. 그래야 온전히 감동받고 더 자유롭게 즐길 수 있을테니. 다음에 공연장에서 <골든베르크 변주곡>을 듣게 된다면 자연스레 눈을 감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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