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삼성 OLED 협력사, 해외 진출? '눈치만'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 2013.02.12 11:19

지난해 中 기술유출 사건 뒤 삼성 OLED 협력사 해외 수출 엄두도 못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장비 수출이요? 삼성 눈치 보여 엄두도 못내요."

삼성에 OLED장비를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삼성과 거래가 중단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 경쟁사뿐 아니라 해외업체들과도 거래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어려움을 토로했다.

지난해 국내 장비업체가 삼성의 OLED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려했다는 이유로 경찰조사를 받게 된 후 삼성 협력사들의 해외 진출 추진이 더 위축됐다. 이는 삼성의 한 협력사가 중국 업체의 장비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제출한 제안서와 관련, 내용 일부가 삼성의 기술을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을 조사하는 건이었다.

이후 삼성 OLED 협력사들은 해외 업체들이 추진하는 OLED 설비투자와 관련, 미온적으로 나서거나 아예 입찰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말 중국 비오이(BOE)가 단행한 OLED장비 발주와 관련, 대부분 일본 장비회사들이 독식하는 일도 있었다.

삼성이 유기증착장비(이베포레이션)를 제외한 대부분 장비를 국내에서 조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삼성 협력사들이 중국 비오이 입찰에 실패한 점을 단순히 경쟁력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생각이다.


삼성은 현재 전 세계 OLED시장의 98%를 점유하며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삼성이 기존 LCD(액정표시장치)에 이어 OLED까지 주도권을 확대한 상황이다. 독보적인 OLED 기술력을 확보한데 있어 장비가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 점을 볼 때, 삼성 입장에서 협력사들의 해외 진출이 달갑지만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협력사 입장에서는 삼성만 바라보기에 리스크가 크다. 중소기업들이 삼성으로부터 안정적인 물량을 보장받고 간간히 회사를 운영해갈 수는 있겠지만, 혹여 거래가 중단되거나 물량을 줄일 경우에는 회사가 문을 닫아야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삼성이 협력사들을 묶어 놓을 경우, 중장기적으로 중국 등 해외 OLED장비시장을 일본 장비 업체들이 독식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들이 이미 독보적인 OLED 장비기술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쟁사들에 해외시장을 통째로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삼성이 OLED시장을 장악한 데는 자체노력뿐만 아니라 후방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중소 협력사들의 역할도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삼성이 과거 LCD에서 LG 등 경쟁사 협력업체들과도 거래했던 '통 큰 상생'을 OLED에서도 재현하는 게 한발 더 앞서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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