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감축 압박" SH사태 파장… 임원들 동반 사퇴

머니투데이 민동훈,이재윤 기자 | 2013.02.05 17:36

(종합)市 재정지원없이 임대공급만 늘려… "실적 연연하다 '숫자놀음'될 판"

 채무감축 목표를 두고 불거진 서울시와 SH공사간 갈등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SH공사는 이종수(사진) 사장이 시의 과도한 채무감축 목표에 부담을 느끼며 사의를 표명한데 이어 본부장, 실장급 임원진들도 동반사퇴를 검토하고 있다.

 대형 민간건설기업 CEO 출신인 이 사장의 사의로 가뜩이나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시의 채무감축 목표와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정책도 현실성이 더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서울시와 SH공사에 따르면 이 사장은 전날 시장단, 주택정책실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SH공사 부채감축안과 임대주택 8만가구 건설에 관한 업무보고를 마친 직후 사의를 표했다.

 임기 3년 중 채 10달도 채우지 못한 상황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 사장의 사의를 반려하고 문승국 행정2부시장을 통해 설득에 나섰지만, 본인의 의사가 완고해 사의를 뒤집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사장의 갑작스런 사의 배경에는 채무감축 목표를 두고 시와 불거진 갈등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연말 기준 SH공사 채무는 12조5882억원으로, 연내 12조1000억원까지 줄이겠다는 게 이 사장의 복안이었다. 하지만 시장단과 주택정책실은 채무 규모를 9조9000억원까지 줄여야 한다며 이 사장을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같은 시의 채무감축 계획이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 등 외부변수를 전혀 고려치 않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SH공사는 미매각 토지를 잘게 쪼개고 허용 용도를 확대하는 등 원활한 토지매각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연간 문정·마곡지구 토지매각 수입이 당초 계획 2조2453억원의 54.3% 수준인 1조2182억원에 그쳤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는 내년까지 마곡·위례지구 택지매각, 마곡·내곡지구 주택분양 등을 통해 모두 5조3183억원을 감축할 것을 요구해 왔다. 여기에 박 시장 임기 중 추가 2만가구 등 총 8만가구를 공급하는 것도 대부분 SH공사 몫이지만 별도의 재정지원은 없었다.

 SH공사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1가구를 건설할 때마다 약 8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박 시장 공약에 맞춰 당초 계획보다 2만가구를 더 지을 경우 산술적으로 1조6000억원의 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 사장은 지난해 7월 주변 시세의 75%와 85%로 나눠 책정하고 있는 아파트 분양가를 85%로 단일화하고 분양주택 공급시기를 공정률 80%에서 60%로 앞당겨 줄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6개월이 넘도록 시가 결론을 내려주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박 시장까지 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채무를 줄이라"고 압박하고 나서자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이 사장과 가까운 지인들의 전언이다.

 민간기업 CEO 출신인 이 사장 입장에서 이러한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탁상행정'을 더이상 견디기 것이란 분석도 있다. 최근 이 사장은 기자와 사석에서 "민간이었다면 시장 상황에 맞춰 가격을 조정해서라도 팔 수 있었지만 공기업에 와보니 작은 거 하나를 하려고 해도 이것저것 간섭하는 공무원 특유의 문화 탓에 쉽지 않다"고 토로한 바 있다.

 앞서 지난 연말 김익환 서울메트로 사장도 채무감축과 노사 문제 등으로 시와 잦은 마찰을 빚다 사의를 표한 바 있다. 김 사장 역시 평소 지인들에게 "메트로 사장은 외부인사나 전문 경영인보다 시 공무원 출신이 맡아 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특유의 공무원 문화에 적잖은 실망감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후임으로 누가 임명되더라도 SH공사 채무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SH공사 구성원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이 사장에 이어 본부장을 비롯한 실장급 임원진들도 동반사퇴를 거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 관계자는 "이 사장 퇴임으로 대리 체제가 불가피한데 지금같은 분위기에 누가 오겠느냐"며 "무턱대고 실현불가능한 목표를 밀어붙이는 한 누가 사장이 되더라도 채무감축은 결국 '숫자놀음'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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