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기존의 통념인 "주식시장은 효율적(efficient)이기에 주가가 싼 종목을 찾으려고 애쓰는 것은 '헛된 짓'(mug’s game)"이라고 믿는 수동적 투자전략(passive strategy)을 포기하고 행동재무학 이론에 근거해 주식을 운용하려는 펀드에 많은 돈이 몰리면서 펀드 수도 늘어나고 있다.
그럼 행동재무학의 거장들이 직접 운용한 주식펀드의 성과는 어떨까?
행동재무학의 거장인 시카고 대학의 리차드 테일러(Richard Thaler) 교수는 자신의 이론을 실전에 응용하고자 펀드를 모집, 직접 운용에 나섰다. 특히 사람들이 새로운 뉴스가 나올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아주 느리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를 이용해 주식시장에서 큰 돈을 벌고자 했다.
테일러 교수는 그가 만든 주식운용회사를 소개하며 "투자자들은 정신적 실수(mental mistakes)를 하고 이러한 비이성적 판단이 주가에 반영되면 주가는 적정가격보다 크게 차이(mispriced)가 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시장수익률을 초과한 투자수익을 얻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테일러 교수가 운용한 2개의 행동재무학 주식펀드의 2000~2009년 사이의 평균 수익률은 수동적 투자전략에 근거한 주식펀드에 연간 4.5% 포인트나 뒤졌다. 행동재무학의 거장 테일러 교수도 시장을 이기지 못했던 것이다.
일리노이 주립대학(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 조지프 라코니쇼크(Josef Lakonishok) 교수, 하바드 대학(Harvard University) 안드레이 슐라이퍼(Andrei Shleifer) 교수, 그리고 시카고 대학의 로버트 비쉬니(Robert Vishny) 교수는 200여편이 넘는 행동재무학 관련 논문을 함께 발표한 이 분야의 대가들이다. 이들은 인간의 여러가지 비이성적 행동 패턴이 실제로 주식시장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들도 자신들의 연구로만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성 첫 글자(LSV)를 딴 자산운용사를 설립, 자신들이 발표한 이론을 실제로 주식시장에 적용해 보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라코니쇼크 교수가 직접 운용한 펀드 수익률은 2000~2009년에 수동적 투자전략에 근거한 주식펀드보다 연간 1.4% 포인트 낮았다.
이처럼 세상의 인기와는 달리 행동재무학 이론을 실제로 응용한 결과가 저조하게 나오는 것을 놓고 일부에선 '효율적 시장의 압제'(tyranny of the efficient market)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설령 행동재무학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주식시장이 순간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해도, 어떤 한 사람이 행동재무학을 적용, 투자이익을 얻으려고 하면 순식간에 이러한 행동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쳐 비효율성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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