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에 수달" 호들갑… 전문가, 사진 보더니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13.02.06 11:00

"과거 개체수 등 확인 없이 생태환경 평가 어려워"

↑수달이 금강 공주보 수문 구조물 위에 앉아 있는 모습. / 사진 제공=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사업 중 하나인 금강 공주보(洑)에서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이 서식하고 있다고 국토해양부가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전문가들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국토부는 수달이 과거에도 해당 지역에 서식했는지, 4대강 사업 이전과 이후 개체수의 증감 등 기초적인 자료 조사를 진행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수달의 출현만을 근거로 4대강 사업 이후 하천의 생태적 건강성이 증명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발표를 한 것은 신중치 못한 처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토부는 4대강 사업을 실시한 금강 공주보에서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종 1급으로 보호되고 있는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6일 밝혔다.

 국토부는 이날 자료를 통해 금강 공주보에 수달이 서식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확인한 결과, 지난달 31일 오후 4시30분쯤 수달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촬영 장면에는 수달이 공주보 수문 구조물 위에서 포획한 물고기를 먹는 모습이 담겼다. 국토부는 이 모습을 세계자연보호연맹(IUCN) 수달전문가그룹 동북아시아 대표이자 한국수달연구센터장인 한성용 박사에게 확인한 결과 "다 자란 건강한 성체로 보인다"고 확인했음을 강조했다.

 국토부는 자료에서 "족제비과에 속하는 수달은 하천의 수질 상태가 양호하고 먹이가 풍부한 지역에서 서식, 하천생태계의 최상위 계층에 속하므로 하천의 생태적 건강성 등을 나타내는 지표 종으로 알려져 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수달의 존재가 4대강 사업 이후에도 금강의 생태환경이 양호하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는 표현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정민걸 공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멸종위기종의 개체수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에 비해 얼마나 늘었고 줄었는지를 파악하고 개체의 연령 구조도 함께 살펴야 생태환경의 변화에 대해 진단을 내릴 수 있다"며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이전에 살고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수달이 출현했다는 것 자체로는 어떠한 결론도 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자료에서 언급된 한성용 수달연구센터장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우선 수달의 경우 강을 따라 선으로 10㎞ 이상을 서식지로 삼고 가족단위의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단위 면적의 개체수를 파악하기 어렵고 연령 조사가 적합하지 않는 종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걸 전제했다.

 한 센터장은 "수달의 이런 특성 때문에 개체의 분포현황이나 연령을 파악하는 건 어렵다"며 "다만 수달은 수풀 등에 살기 때문에 4대강 사업 이후 제방 등 인공적인 구조물로 인해 서식환경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사람에 비유하면 삶의 질이 떨어진 것이므로, 사람의 존재만을 근거로 어떤 의미를 내리기보다 생활환경의 개선을 위해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와 같은 이치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전문가의 단순 멘트를 넣어 자료의 신뢰도를 높이려 했으나, 정작 당사자는 반대 의견을 드러낸 셈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이전에도 수달이 그 지점에 서식하고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멸종위기종이 4대강 사업 구간에서 살고 있다는 건 일부의 우려처럼 주변 생태환경이 파괴됐지 않았다는 걸 알리려는 취지로 자료를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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