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최태원 잃은 SK, '글로벌경영' 차질 불가피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13.01.31 16:10

(상보) 최태원 회장, 9년4개월만에 영어의 몸…그룹 측 판결 불복 "항소해 무죄 입증할 것"

최태원 SK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31일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 구속되자 SK그룹은 충격에 휩싸였다. 당장 최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글로벌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이날 최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펀드 출자금에 대한 선급금 명목으로 계열사로부터 교부받은 497억원을 횡령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감색 양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한 최 회장은 판결 직후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최 회장은 분식회계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던 2003년 9월 이후 9년 4개월만에 다시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판결이 끝나자 방청석에서 판결을 지켜보던 SK그룹 임직원 20여명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서울 서린동 SK빌딩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판결 소식을 듣고 삼삼오오 굳은 표정으로 판결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SK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K그룹은 판결에 대한 공식 입장 자료에서 "판결문을 송달받는 대로 판결 취지를 검토한 뒤 변호인 등과 협의하겠다"며 "항소 등 법적절차를 밟아 무죄를 입증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룹 측은 "무죄 입증을 위해 성심껏 소명했으나 인정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당장 이번 판결로 그룹 경영에 급격한 변화가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그룹 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에서 물러나 현재는 지주회사인 SK의 경영만 맡고 있다.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대내외적으로 그룹을 대표하고 있다. 아울러 관계사별 자율·책임 경영을 전제로 하는 '따로 또 같이 3.0' 체제가 가동된 상태다.

최 회장이 그룹 인사권도 내려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다음 주로 예정된 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텔레콤, SKC, SK네트웍스, SK하이닉스 등 계열사 인사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 회장이 강조해 온 '글로벌 경영'과 성장 동력 발굴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포트폴리오 혁신과 글로벌 경영에 매진해 SK의 새 도약과 국가경제 활력에 일조하는 데 힘을 쏟고자 한다"며 "이와 함께 그룹 내 회사들이 글로벌에서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노력을 돕는 서포터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총회에 그룹 임원들을 이끌고 16년째 참석, 전세계 경제의 최신 동향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SK가 정유나 텔레콤 등 내수 기업으로만 국민들에게 인식돼 있는데, 최 회장이 '글로벌 경영'을 내세우면서 수출기업의 면모를 갖춰가는 중"이라며 "아무래도 최 회장의 부재로 이 같은 시도에 힘이 빠지지 않겠나"라고 우려했다.

특히 SK그룹은 아직까지 올해 투자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최 회장 구속으로 굵직한 규모의 투자가 재검토될 가능성도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투자에서 많은 비중을 뒀던 자원개발과 SK하이닉스 연구개발(R&D) 투자 등을 올해 어떤 규모로 결정하지 정하지 못했다"며 "일부 업종이 겹치는 계열사 간 중복 투자에 대한 '교통정리'도 최 회장의 부재로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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