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대책 아직도 '안갯속'…"원점서 맴돌아"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13.01.27 17:37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하우스푸어·렌트푸어 지원 공약인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나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대책 마련을 촉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먼저 시장의 자율 조정에 맡긴 뒤 여론 수렴을 거쳐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당선인의 공약인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는 과도한 빚을 진 주택 소유자의 지분을 정부가 매입해주는 대신 일정액의 임대료를 받고 거주토록 하는 방안이다. 지분을 매입한 공공기관은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ABS(자산유동화증권)를 발행, 재원으로 삼는다.

 이 과정에서 공공기관의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 하우스푸어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를 유발하고 무주택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박 당선인도 "도덕적 해이라든가 형평성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자활 의지가 있는 사람으로 한정하고 그 기준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란 기준 역시 모호한 측면이 많다. 그 기준을 원리금을 꼬박꼬박 갚은 사람으로 규정할 경우, 상환 압박이 큰 나머지 이자를 내지 못한 연체자는 대상에서 빠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어느 범주까지 하우스푸어에 포함시켜야 하는지조차 아직도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결국 기준도 세우지 않고 실행 방안부터 논의하는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란 지적이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우스푸어 지원 대책을 시행하려면 컨센서스(합의)를 이루고 진행해야 하는데 정부도 의견이 엇갈리는데다 주식 투자자들도 지원해줘야 한다는 주장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하우스푸어 주택 지분의 일부를 매입할 때 가격을 어느 수준으로 산정할 지를 정하는 것도 복잡한 문제다. 현재는 정부에서 하우스푸어 지분을 20~30% 싸게 매입하는 방안과 임대료를 정부의 보증을 통해 연 4~5% 수준으로 책정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분에 대한 밸류에이션(가치산정)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ABS의 발행금리도 확정할 수 있다"며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려고 ABS 금리를 높이면 반대로 하우스푸어에게 거둘 임대료를 올려야 하고 이를 막으려고 정부가 보전해주면 무주택자들의 반발이 커지는 매우 복잡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상자를 명확히 하지 않고 지원책만 강조하면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며 "당선인은 무주택자의 반발과 반대론자들의 생각도 충분히 듣고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가재정을 직접 투입해야 하는 사안이어서 정책 시행에 앞서 시장의 자율적 조정이란 1차 필터링을 강구하는 게 순서라는 것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은행과 대출자 사이에 금리 인하나 상환기간 연장처럼 자율적인 해결 방안을 먼저 강구해야 한다"며 "렌트푸어 대책인 행복주택 건설도 철도기지 등 유휴부지 확보나 건설비용 등 실효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공급량 맞추기에 급급하면 보금자리정책처럼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본인의 주택담보대출로 조달하고 대출금 이자를 세입자가 납부하는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도 논란거리다. 집주인에게 세입자를 위해 대출을 받으라는 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은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 이자인 연 4% 수준을 면세하고 전세보증금 대출이자 납입을 소득공제로 인정하는 인센티브를 제시했으나 역부족이란 평가가 대체적이다. 박 당선인도 "인센티브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으나 아직 세부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하우스푸어에 매몰되지 말고 폭넓게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경기 파주나 김포는 과잉공급으로 가격이 급락한 측면이 있어 정부가 주택공급 물량을 조절해야 해결할 수 있다"며 "주택연금(모기지론) 활성화처럼 가계자산의 부동산 비중을 낮추고 기관투자자들이 주택 매물을 받아줘 거래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들도 모두 하우스푸어 해결에 도움을 주는 종합적인 대책"이라고 분석했다.

베스트 클릭

  1. 1 '싸구려 중국산' 무시하다 큰 코…이미 곳곳서 한국 제친 지 오래
  2. 2 "결혼 누구랑? 어떻게 그럴 수 있어" 허웅이 남긴 '미련문자' 공개
  3. 3 제복 입고 수감자와 성관계…유부녀 교도관 영상에 영국 '발칵'
  4. 4 허웅 "치료비 달라는 거구나"…"아이 떠올라 괴롭다"는 전 여친에 한 말
  5. 5 "보는 사람 없어, 한 번만"…알바생 수차례 성폭력한 편의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