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모셨다가는 '두번 불효'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 2013.02.01 09:05

[머니위크 커버]100세 시대 긴급 점검, 요양·간병 실태/ 믿고 맡길 수 있는 요양기관 찾기

편집자주 | '100세시대' 최대 장수리스크는 질환과 빈곤이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의미를 담은 '9988'이란 말이 널리 퍼질 정도로 누구나 질병 없는 활기찬 노후를 희망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노년 의료비는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 특히 노인 간병은 자녀세대까지 나락으로 떨어뜨리며 가정 해체를 불러오기도 한다. 더욱 암울한 것은 우리나라가 간병제도 및 문화가 미숙한 간병 후진국이라는 것. 다각도로 해법을 고민할 때가 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노년 간병기 대비를 위한 인식전환이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생명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장기간병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채 1%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약한 상태. 김용주 보험개발원 이사는 "암 등 중대질환 위험에 비해 노년기 간병 문제는 상대적으로 인식이 낮은 점이 걸림돌"이라며 "'설마 나는 그렇게 안되겠지'라는 안이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머니위크>는 돌봄이 필요한 노인 부양 실태를 비롯해 장기요양제도, 장기간병 보험, 장기요양기관 등 우리나라 노인 간병 인프라를 짚어보고 체계적인 대비방안을 모색해봤다.

정모씨(42)의 어머니(80)는 치매를 앓고 있는데다 얼마 전 낙상사고까지 당해 혼자서는 거동이 어려울 정도로 몸이 불편한 상태다. 정씨는 치매가 발병한 1년여 전부터 가정에서 어머니를 돌봐왔지만, 최근 건강상태의 악화로 요양시설 또는 요양병원 입원을 고려하고 있다. 정씨는 "요양병원(또는 요양시설) 비용도 걱정이지만 가족들이 믿고 맡길만한 곳을 선택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최근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어르신의 요양서비스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후죽순 늘어나는 요양기관 수에 비해 신뢰할 수 있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요양기관을 선택할 때는 요양서비스의 질을 사전에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 요양병원 10곳 중 4곳 '수준 이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급속한 고령화와 노인성·만성질환 위주의 장기요양 의료서비스 수요증가에 따라 요양병원 수는 2001년 28곳에서 2012년 1068곳에 이르렀고, 입원환자 수도 2001년 5000명에서 2011년 23만4000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와 같이 어르신 요양서비스 욕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요양기관의 수준 차이는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1년 전국 요양병원 783곳을 대상으로 노인환자 특성에 맞춰 요양병원의 안전시설, 생활공간, 진료영역을 중점적으로 평가한 결과 1~5등급 중 최우수등급인 1등급 병원은 전국적으로 78곳(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준미달 수준의 하위등급인 4·5등급은 전체의 40%가 넘었다(4등급 213곳 27.2%, 5등급 103곳 13.2%). 평가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평가등급에서 아예 제외된 기관도 1.7%(13곳)나 됐다. 특히 올해 처음 평가를 받은 기관(171곳) 중 4·5등급의 비율이 43.9%(75곳)에 달해 신규기관 선택 시 더욱 신중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심평원 관계자는 "요양병원의 서비스 질을 높이고 소비자들의 병원 선택을 돕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평가를 수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요양병원의 적정성 평가를 통해 개선효과를 유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요양병원 간 수준차이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요양병원별 평가정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www.hira.or.kr)에서 조회해볼 수 있다. 병원별 평가등급 및 지표별 결과, 진료과목, 병상 수, 의료장비, 의료인력 및 기타인력 현황, 병원 진료비정보, 병원 위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별로 검색하면 거주지 주변의 우수 요양병원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평가정보를 토대로 해당시설을 직접 방문해 점검해볼 것을 권한다. 심평원 평가관리부 관계자는 "가족이 사는 곳에서 가깝고, 야간에도 의료인력이 상주해 24시간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있는지, 환경은 쾌적한지 등을 꼼꼼히 살펴본 후 요양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장기요양보험 지원 '요양시설', 치료 환자는 부적절

치료보다 어르신 돌봄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요양시설(요양원)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알맞다. 요양병원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 상주하는 의료시설이라면, 요양시설은 치매 또는 노인성질환 등으로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활동을 지원하는 시설이다.

좋은 요양시설을 선택하려면 우선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www.longtermcare.or.kr)를 통해 평가등급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해마다 요양시설을 평가해 5등급(A~E)으로 분류해 안내하고 있다. 시설장, 요양보호사 등의 인원현황과 시설현황, 대기자 수까지 알려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요양시설 규모가 신뢰여부까지 알려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요양보호의 질이 어떤지 주변 평판을 알아보고 야간서비스 등도 확인한 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비용 면에서는 요양시설이 요양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장기요양보험 등급 판정을 받으면 80%(본인부담금 20%)를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양시설에 따라 다르지만 본인부담금과 식비 등을 포함해 월 50만~70만원선이다. 반면 요양병원은 병원이나 병실(2인실, 6인실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통상 환자 본인이 월 80만~25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한 요양기관 관계자는 "간혹 비용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하는 노인환자를 요양시설에 입소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요양시설은 의사로부터 직접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강상태를 고려해 알맞은 요양기관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 무료 간병 지원되는 '환자안심병원' 문 열어
 
서울시내에 무료 간병이 제공되는 이른바 '환자안심병원'이 지난 1월17일 처음 문을 열었다.

서울시 서울의료원은 간병이 필요한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신체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환자안심병원'을 오픈했다. 전체 다인병상(466) 중 39%인 180병상(45병상×4병동) 규모다.

이곳에선 병원의 책임 하에 간호사가 다인병상의 간호·간병서비스를 24시간 전담하고, 사회복지사도 투입돼 환자에게 심리·경제 상담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간병인을 두거나 보호자가 직접 보호하지 않고도 환자가 입원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환자안심병원은 이러한 간병서비스 비용을 추가로 내지 않기 때문에 하루에 6만원 이상, 부대비용까지 포함하면 한달에 200만원 수준인 간병료가 절약된다.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현재는 2개 병동 90병상만 운영되며, 나머지 90병상은 3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간병이 주는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단순히 간병인 수를 늘리거나 간병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이 선진모델을 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6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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