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반값" 타이어 가격차 왜 심한가 했더니

머니투데이 원종태 기자, 정영일 기자 | 2013.01.25 08:22

['증세없는 복지' 열쇠…"새는 세금 이제 그만"]<3-1>복잡한 유통구조

편집자주 | '박근혜 대통령' 시대의 최대 화두는 '복지'이다. 문제는 항상 '돈'이다.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을 실천하는데만 5년간 적게는 135조원, 많게는 270조원까지도 들 것으로 추산된다. 추가적인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제대로 내고, 똑바로 걷는' 사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수적이다. 아직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세금누수 실태를 점검하고 해결방안을 고민해본다.

#회사원 문모씨(46)는 최근 자동차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카센터를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서울 강남의 한 카센터에서는 광폭타이어를 1개당 28만원에 팔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중고차 시장으로 유명한 장안동 인근 타이어 전문점을 찾았더니 같은 종류의 타이어값이 현금거래시 1개당 14만5000원이었다. 반값인 셈이다. 정상적인 유통과정이 아니라 '암흑의 경로'로 유통되고 있는 무자료 물량이었다.

#지난해 서울과 인천, 수원 등 전국에 14개 주유소를 차려놓고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무자료 유류를 저렴하게 구입한 후 정상가에 판매해 불법이익을 얻은 주유소 사장 5명이 국세청에 적발됐다.

이들은 무자료 유류를 판매하고도 '폭탄업체'(거짓 세금계산서 발행업자)에게 매입 세금계산서를 사들여 정상거래로 위장했다. 폭탄업체는 1207억원 상당의 거짓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주고 곧바로 폐업해 세금을 회피했다.

ⓒ그래픽=김현정
이른바 '나까마'(중간 상인)들의 무자료 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무자료 거래는 엄연한 불법행위지만 복합한 유통구조에 숨어 있는 '나까마'들의 정확한 탈세 구조를 파악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무자료 거래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거짓세금계산서 발급 규모를 통해 대체적인 윤곽은 파악할 수 있다. 무자료 물량이라도 신용카드로 결제되거나 정상적인 업체에 공급해 매출 세금계산서를 받는 경우에는 매입 세금계산서가 필요하다. 이때 매입 세금계산서를 허위로 발급해 판매하는 업체가 '폭탄업체'나 '자료상' 등으로 불린다.

국세청은 지난해 연초부터 10월 중순까지 부당 거래된 거짓 세금계산서의 규모를 5조359억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무자료 물량 가운데 현금으로 결제되거나 또 다시 무자료 거래가 이뤄지는 물량을 제외한 규모가 연간 6조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고액의 현금거래가 빈번한 고철이나 귀금속, 유류 등의 유통과정에서 무자료 거래가 빈번하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최근에는 경기 침체가 심화되며 늘어나고 있는 폐업 업체들이 내놓는 재고물량이 나까마들의 무자료 거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유통구조가 복잡할수록 무자료 거래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주류의 경우 과거 무자료 거래가 극심했지만 최근에는 많이 사라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 하지만 소주나 맥주는 제조업체의 출고단계가 아닌 유통단계에서 종종 무자료 거래가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으로 출고된 소주와 맥주를 도매상들이 가상의 음식점이나 술집을 설립하고 납품한 것처럼 서류를 꾸민 후 실제로는 술을 판매할 수 없는 스크린골프장이나 노래방에 납품해 세금을 착복하는 구조다.

2007년 위스키 윈저의 8개월 영업정지를 부른 무자료 거래나 2008년 14만병을 무자료 거래하다 적발된 스카치블루 광주지점 사례 등도 모두 이같은 방법으로 이뤄진 것이다.

한국조세연구원 한 관계자는 "1990년대 이후 지하경제가 축소되는 데는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신용카드 사용 확대 등이 역할을 해왔다"며 "(신용카드 사용이)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다는 점에서 현금영수증 사용 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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