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현칼럼]우정사업본부 증권거래 과세

머니투데이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2013.01.23 09:44
올해 1월부터 국가지자체에 대한 차익거래 거래세 비과세가 폐지되었다. 2010년 공모펀드 및 연기금에 거래세 0.3%를 부과하면서 국가지자체에 대해서는 작년 말까지 유예기간을 두었던 것이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국가지자체 차익거래의 90%정도를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가 차지했기 때문에 직접적 이해 당사자는 실제로 우본이다. 우본이 비과세 폐지로 부담하게 되는 세금은 연 350억 정도다. 일견 이해 당사자가 일개 국가기관이며 세금 규모 역시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뭐 그리 중요한 변화냐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그리 단순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물론 조세의 형평성 차원에서 생각하면 당연히 우본이라고 해서 과세 대상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특히 우본이 운용하는 자금의 대부분이 예적금과 보험료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금의 성격상 국민연금에 비해 공공성 면에서 뒤처지는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2010년 이후 우본이 프로그램 매매 시장에서 가장 큰 손으로 시장을 교란한다는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큰손이었던 건 사실이다. 2010년 거래세 부과 이전 프로그램 매매에서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정도였는데 부과 이후 17%대로 급격히 감소한 반면 우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대로 급상승했다. 나머지 공백은 외국인들이 채우면서 비중이 26%대로 올라갔다. 기관들의 경우 조달금리가 3%를 상회하는데 반해 외국인들은 저금리로 인해 2%를 넘지 않고 여기에 환차익까지 더하면 이보다 더 낮아지기 때문에 0.3%의 거래세가 큰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차익거래 시장은 거래세가 유예된 우본과 조달금리가 낮은 외국인들이 경쟁하는 시장으로 재편되었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가지자체에 대한 거래세를 다시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먼저 비과세 종료로 우본이 차익거래 시장에서 떠나게 됨에 따라 일평균 거래대금의 16%를 차지하는 프로그램 매매가 위축되고 이는 곧 전체 거래대금의 감소 및 유동성 축소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으며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더불어 프로그램 매매는 현·선물간 괴리를 축소시키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이론적으로 현물과 선물은 이자율과 배당률을 조정하면 가치가 거의 동일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둘 사이에 일정 이상의 괴리가 발생할 경우 이를 축소시킬 수 있는 조정 기능을 프로그램 매매가 수행하게 된다. 프로그램 매매의 위축은 이런 기능을 약화시키고 이로 인해 베이시스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보다 더 우려스러운 건 외국인 편중 현상이다. 이제 기관도 떠나고 우본도 떠난 차익거래 시장에는 외국인만 남게 되었다. 실제 이번 달 들어 외국인들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10조에서 18조 정도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0년 11월 도이치증권 사태를 상기해 보자. 옵션 만기일 도이치가 보유한 프로그램 매수가 청산되면서 동시호가 10분 동안 지수가 무려 2.5%나 폭락했다. 당시 그나마 더 큰 폭락을 저지했던 기관이 4000억 정도의 매물을 받아 주었던 우본이었다.

1997년 말 환란 때와 2008년 리만사태 때를 복기해 보면 외국인들은 현물을 빼가면서 이보다 더 큰 규모로 선물을 매도해 주가하락을 부추기면서 이득을 봤다. 이론적으론 몸통인 현물이 꼬리인 선물의 가격을 결정해야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반대의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이러한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은 특히 폭락장에서 위세를 떨친다. 선물을 폭락시키면 현·선물 베이시스가 악화되고 이는 프로그램 매물을 출회시키게 된다. 외국인이 프로그램 시장마저 장악할 경우 베이시스의 변동성이 더 확대되고 이로 인해 주가의 방향성에 대한 키를 외국인이 쥐게 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우리 증시가 외국인의 ATM 역할을 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이다. 마침 민주통합당 이낙연 의원이 우본의 비과세를 부활하는 증권거래세법 일부 개정법안을 발의했으니 국회는 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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