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손보험 판매 보름째…설계사들 '태업?'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 2013.01.15 14:37
올 초부터 판매된 '1만 원대 단독형 실손의료보험'의 판매가 저조하다. 금융당국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취지에서 야심차게 판매를 추진한 상품이지만 현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판매를 독려하는 금융당국과 업계 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감지된다.

15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상위 5개 손보사의 단독 실손의료보험 판매 건수는 약 570건을 기록했다. 한 보험사가 7영업일 동안 110건 남짓한 판매 실적을 올린 것이다. 가장 많은 곳이 150건, 적은 곳은 50건을 채 넘지 못했다.

실손보험은 환자의 치료비와 입원비 등을 부담하는 보험으로 그동안은 다른 보장성 상품(주계약)에 특약 형태로만 제공돼 별도 가입이 불가능했다. 특히 계약이 갱신될 경우 보험료가 크게 올라간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올해부터 단독 실손보험을 판매토록 의무화했다.

금융당국은 수시로 판매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등 단독 실손보험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당국이 장려하는 상품'인 만큼 문재우 손보협회장이 판매 첫 날 직접 단독 상품에 가입하며 판매도 독려했다. 그러나 좋은 취지와 당국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판매는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손보사들은 "단독 실손보험만을 원하는 고객층이 그리 많지 않다"고 설명한다. 실손보험 하나를 가입하기보다 기존처럼 사망 및 입원일당 등 다른 보장에 함께 가입하기 원하는 수요가 더 많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보장도 같이 받기를 원한다면 다른 보험에 추가로 가입해야 한다"며 "이런 경우라면 단독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월 1만원대로 기존 3년 갱신 특약상품의 실손보험료와 큰 차이가 없는 만큼 기존 통합형 보장에 실손 특약을 더해 가입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미온적인 판매는 설계사들이 단독 실손보험을 판매해 받는 수수료가 적다는 데도 기인한다. 회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만원대 실손보험 상품을 판매할 경우 설계사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는 연간 1만~2만원 수준이다. 이마저도 12개월 동안 나눠서 받다보니 차 한 잔 값도 나오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수요 저조보다는 설계사들의 암묵적인 '태업'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일부 손보사들이 중복가입 등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기존 가입자들이 단독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막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손보사들에게 보낸 공문에서도 감지된다. 공문에서 금감원은 이미 다른 실손의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단독 실손보험 (추가)가입을 원하면 비례보상 등 중복가입과 관련된 내용을 명확히 설명한 뒤 청약절차를 진행하라고 지도했다.

일부 보험사가 중복가입 금지를 이유로 단독 실손보험 상품 가입을 막는 경우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는 '실손보험은 중복가입해도 한 개의 보장만 받기 때문에 중복가입이 금지돼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감원은 '중복가입'과 상관없이 단독 실손보험 가입 철차를 진행하라는 입장이다. 건강상태 악화 등으로 새 보험 가입이 거절될 수 있으므로 일단 가입이 확정된 뒤 기존 보험을 해지하게 하자는 것이다. 아울러 보장범위 확대를 위한 추가가입 수요도 사전에 차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보험사 '중복가입' 거절의 보다 깊은 속내는 수수료에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 특약형 상품에서 받을 수수료가 남아 있는 경우 이를 해지하는 데 대한 저항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난감한 표정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판매 초기라 인지도가 낮고 설계사 교육에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설계사들에게 고객 선택권을 최대한 존중하도록 교육, 독려하고 있지만 움직일 동력이 미비한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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