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국민주택기금으로 국가채무 축소 논란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 2013.01.17 05:35
 정부가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국민주택채권 3조원을 투자자들로부터 매입한 뒤 소각하는 조기상환(바이백)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국가의 금융채무 1%를 절감, 재무건전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쓰여야 할 국민주택기금을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기획재정부 등과 함께 국민주택채권의 조기상환을 위해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국민주택채권은 집을 구입할 때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채권이다.

 정부는 주택구입자에게 매각한 국민주택채권을 통해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이나 전세자금대출 등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국민주택기금의 재원으로 쓰고 있다. 현행 규정상 국민주택채권의 경우 국고채와 달리 법적 근거가 불분명해 조기상환을 실시할 수 없다.

 국토부가 마련한 '국민주택채권 조기상환 방안'이란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이달부터 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 근거 법령을 만들고 다음달 전산시스템 개발을 추진해 오는 4월부터 국민주택채권의 조기상환을 실시할 계획이다.

 조기상환 대상은 만기 5년짜리로 발행된 제1종 국민주택채권.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발행금리를 3.0%에서 2.5%로 내린 만큼 과거 고금리로 발행된 국민주택채권을 조기상환해 소각하면 연간 150억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민주택채권의 조기상환을 추진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가의 금융 채무를 줄여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앞서 정부는 국민주택기금 중 공공분양 건설자금 3조원과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2조5000억원 등 총 5조5000억원을 은행에서 대출해주는 구조로 변경했다. 시중은행 이자보다 낮은 국민주택기금의 대출 금리를 감안해 은행의 이자손실분을 정부에서 메워주는 '이차보전' 방식을 적용했다.


 이차보전을 적용하면 대출금이 국민주택기금이 아닌 은행에서 나가기 때문에 정부의 지출 항목에 잡히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균형재정(수입과 지출이 같은) 달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차보전으로 전환된 공공분양 건설자금 3조원을 여윳돈으로 활용, 이를 국가 부채인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해 소각하면 채무를 직접 줄일 수 있게 된다. 국토부는 올해 국가 금융채무 237조원 가운데 이차보전에 따른 가용재원 3조원을 국민주택채권 조기상환에 쓰면 금융채무 1%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정부가 이차보전 지원을 위해 시중은행에 1년간 550억원(국민주택기금 이차보전 5조5000억원 기준으로 국민주택기금과 은행의 대출금리 차이를 1%포인트라고 가정)을 메워줘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해서다.

 이처럼 복잡한 셈법이 등장한 것은 악화된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개선하려는 고육지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결국 개인이 신용도를 높이기 위해 이자를 물더라도 공식적인 부채로 잡히지 않는 돈을 지인으로부터 빌린 뒤 다른 빚을 갚는데 쓰겠다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 셈이다.

 정재호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장은 "국민들이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하고 청약통장을 가입해 마련한 재원을 국가 부채를 줄이는데 간접적으로 활용한 것"이라며 "더구나 실질적인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기보다 외형적인 수치를 좋게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된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절차가 복잡해면 불필요한 비용 발생이 생길 수밖에 없고 관리·감독도 어려워진다는 부작용도 감안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이차보전으로 전환하면 국민주택기금의 서민지원 금액을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지출에 잡히지 않아 복지예산을 늘리는데 부담을 주지 않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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