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 매각 최대 관건은 빚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 2013.01.15 06:01

자문사 매각실사 걸림돌 …최대 채권자 산업은행 의중에 거래 좌우

STX팬오션 매각을 위한 자문사 실사가 시작된 가운데 5조 원이 넘는 부채부담이 거래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인수합병(M&A) 업계에 따르면 이번 거래의 자문사인 SC증권과 모간스탠리는 STX그룹과 주관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1월 말~2월 초 투자안내서(IM) 제공을 목표로 회사의 실태를 알아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매각 측은 박성우 STX미래연구원 부사장을 필두로 STX팬오션의 실무 인력과 자문사단의 전문가들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방식으로 거래를 준비하고 있다.

TF의 좌장격인 박성우 부사장은 STX에 합류하기 전까지 모간스탠리와 삼성증권에서 투자은행(IB) 사업 부문을 이끌던 전문가로 평가된다. 박 부사장은 이번 딜에서 모간스탠리가 자문을 맡는데 영향을 끼쳤고, 나머지 SC증권의 경우 STX팬오션에 여신을 두고 있는 관계로 STX OSV 매각 때부터 관계를 계속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박 부사장이 소속된 STX미래연구원은 강덕수 STX 회장이 영입한 신철식 전 국무조정실 정책차장(차관급)이 이끄는 조직이다. 신철식 부회장은 박 부사장과 같은 IB전문가와 맥킨지, 모니터 등 글로벌 컨설팅사의 인재 20여 명을 모아 미래연구원을 조직했고, 이 독립법인은 기존 STX의 경영시스템을 진단하고 전략 개발 및 실행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는 미래연구원이 STX의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모양새다.

미래연구원은 일단 STX팬오션의 매각을 진행하고 있지만 딜은 거래 초반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일단 거래가 표면화된 시점에 잠재 인수자들 입장에서 대체재라고 할 수 있는 대한해운 매각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STX는 국내 잠재 인수 후보군을 대부분 대한해운에 빼앗긴 모습이다.

대한해운은 회생절차에 있고 이 매각은 법원이 주도하고 있어 채무 면제나 거래 완료 가능성이 확실하다. 이 때문에 해운 경기 반등을 예상하고 SK그룹과 CJ그룹 등 국내 전략적 투자자(SI)들은 물론 한앤컴퍼니 등 재무적 투자자(FI)들까지 인수전에 가세했다.

반면 STX팬오션 매각의 경우 공적 매각이 아닌 사적 영역에 있는 성격을 갖고 있어 매각자가 마음을 바꿀 경우 언제든 거래가 철회될 가능성이 있다. 인수 후보들 측면에서는 두 가지 딜을 놓고 봤을 때 전자에 마음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웅진코웨이 매각에서도 셀러가 마음을 수시로 바꾸면서 적잖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 인수에 나섰던 GS그룹은 유무형의 손해를 입었다. 인수 후보들은 비슷한 매물이면서 사이즈가 가볍고 클로징 리스크가 없는 대한해운을 선호하는 것이다.



STX팬오션 매각 측은 대한해운 거래가 빠르면 1분기 중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보고 2분기에 딜을 진행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문제는 STX팬오션이 지닌 부채 부담에 좀 더 집중된다. 이 해운사의 부채총계는 지난 2005년 1조9512억 원에서 시작해 매년 1조 원씩 늘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조3768억 원에 달하고 있다.

STX팬오션의 자본총계는 지난해 같은 기간 2조308억 원에 불과하다. 지난 2008년 2조7540억 원에 비해 오히려 7000억 원 이상 줄었다. 회사 측은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용선 부문의 자산 증가가 부채 확대로 이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자본을 잃는 가운데 지난 2008년 71%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65%까지 약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여기에 실적이 7분기 연속 적자(EBIT 기준)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도 인수 후보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는 요인이다. STX팬오션이 주력으로 집중하고 있는 벌크 사업부문은 지난 3분기까지 3조3356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같은 기간 이익을 내지 못하고 1889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비벌크 분야도 적자를 내기는 마찬가지. 같은 기간 9308억 원의 매출에 602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4분기 실적이 나와 봐야 하겠지만 지난해 적자 폭은 3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 STX팬오션의 시가총액은 1조746억 원 수준이다. 여기서 매각이 예정된 ㈜STX의 보유분 27.36%와 STX조선해양의 7.02%를 합한 34.38%의 시가는 3700억 원 정도다. STX그룹 측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6000억 원 이상의 매각금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분 가치보다는 부채부담을 어떻게 더느냐가 잠재 인수자들의 주된 우려로 지목된다.

STX팬오션 지분 14.99%를 들고 있는 한국산업은행은 이 해운사의 주요 채권자로 경영권 매각 거래에 보이지 않는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STX팬오션의 총 차입금 가운데 1년 이내 만기도래하는 차입금 규모는 회사채 2000억 원을 포함해 약 7500 억 원 규모로 파악된다. 2대 주주이면서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이 단기부채나 중장기 부채상환 스케줄을 배려해주지 않는 한 이 매각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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