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모든 길은 '朴공약집'으로 통한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13.01.10 16:37
오는 11~1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를 앞두고 인수위 주변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집 '열공' 바람이 뜨겁다. 인수위의 '깜깜이' 논란 탓에 공약집이 가장 확실한, 그리고 유일한 업무보고 가이드라인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10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업무보고에 앞서 각 부처에 박 당선인의 '팁(tip)'이 전달돼야 하지 않겠나"라는 질문에 "이미 공약이 나와 있고 박 당선인의 현장 발언도 있지 않나. 그것(팁)은 인수위 차원에서 주거나 말거나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약집 내용을 알아서 파악하고 보고하면 된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도 "(업무보고는) 그런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박 당선인의 공약을 각 부처가 업무보고에 반영해 오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인수위 주변에서는 "'알아서 하라'는 말이 더 무섭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인수위가 정부의 정책 연속성을 담보하고 혼란을 막겠다며 '낮은 인수위' 기조를 강조해 왔지만, 공약집을 '필요조건'으로 내세운 탓에 "당선인의 속내를 글로 파악해야 한다"는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

업무보고 과정에서 '현실성'을 감안, 공약의 수정 여지가 남아 있는 것도 각 부처로서는 떨치기 힘든 유혹이다. 윤 대변인은 "공약을 조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실현 가능성 등을 점검할 수 있다"며 부처 의견의 수용 가능성도 열어뒀다. 공약을 무조건 따라갈 지, 아니면 공약의 비현실적인 대목을 따져 수정을 설득할지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행정부의 공약집 '완전정복'이 필수다. 실제 일부 정부 부처는 기획조정실 등에서 박 당선인의 공약집을 구해 국실장급 이상의 간부들에게 한 권씩 돌렸다.


인수위의 '철통보안' 때문에 기사 '꺼리'에 허덕이는 취재진도 일제히 공약집을 펴들었다. 함구령 탓에 대부분 인수위원들은 취재진의 전화를 받지 않기 일쑤고, 혹시 연결이 돼도 "미안하다. 지금 내가 입이 없다"고 말을 꺼린다. 덕분에 인수위 출입 기자들도 "공약집 내용을 '실행할 것이냐, 말 것이냐'고 묻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와 언론이 인수위원의 '입'이 아닌 공약집만 들여다봐야 하는 이 같은 풍경은 평소 박 당선인의 신중한 업무처리 스타일이 반영된 결과다. 인수위 관계자는 "과거 인수위가 '점령군'처럼 행세하고 어설픈 정책을 남발해 집권 초기 혼란을 부추긴 것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와의 의견조율 및 언론 보도를 통해 정책 및 인사 과정의 자연스러운 검증이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26명의 인수위 구성원만으로 채 2달도 안 되는 단시간에 국정 인수 인계를 치밀하게 소화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윤 대변인 등 일부 인수위원 인선 과정에서 '이력' 논란이 제기된 만큼 또 다른 실수가 재현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계속되는 인수위의 '불통'에 대한 비판에는 여권마저 가세하고 있다.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수위원 인선은 보안이 강하게 유지돼야 겠지만, 국정 인수인계가 주요 업무인 인수위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주는 최소한의 소통과 정보공유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3. 3 BTS 키운 방시혁, 결국 '게임'에 손 댔다
  4. 4 "갑자기 분담금 9억 내라고?"…부산도 재개발 역대급 공사비
  5. 5 "연락 두절" 가족들 신고…파리 실종 한국인 보름만에 소재 확인